-
-
엔트로피 ㅣ 범우사상신서 14
제레미 리프킨 외 지음 / 범우사 / 1998년 6월
평점 :
'엔트로피'란 열화학에서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 변화량을 말한다. 열역학 제 2법칙은 바로 이 엔트로피를 정의한 법칙으로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즉, 유용한 에너지에서 무용한 에너지로의 이동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이 책의 저자 제이미 리프킨은 엔트로피야 말로 인류가 발견한 유일한 진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열역학 제 2법칙을 적용시켜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이 가능한 것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혹은 이용이 가능한 것에서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또는 질서 있는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는 진보한다"른 말은 터무니 없는 말이며, 현재 상태로 계속 나아가면 세계는 혼돈과 무질서로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물리학 법칙으로 그의 세계관은 시작되었지만 이 책은 물리학 책도 아니고 과학 관련책도 아니다.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사회 경제학책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문화는 반드시 엔트로피의 전환기에 반드시 직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고갈문제와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유한한 자원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배할 것인가 하는 배분의 문제와, 고엔트로피에서 저엔트로피로 향한 전환의 문제를 역설하고 있다. 결국 인류의 기계적인 세계관에서의 탈피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 세계는 아직까지 17세기에 구축된 베이컨, 데카르트, 뉴턴, 에덤스미스 등이 이룩한 기계만능주의 세계관에 젖어 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물질적 풍요가 곧 진보라는 생각이다. 이 진보를 이룩하기 위해서 과학이나 기술은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며, 이것이 기계적 세계관의 주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혼란되어 있으며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연법칙에 의해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계적 세계관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왜?? 그것은 에너지 환경이 이제 종말에 가까워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진보'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분야에 놀라울만큼 발전하고 성과를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그 진보에 따른 편리한 기계문명에 전보다 훨씬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만족할런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기계문명으로 편리해졌다면 옛날보다 일하는 시간도 훨씬 줄어야 하고 스트레스도 훨씬 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엔트로피 측면에서 설명하면,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또한, 진보를 위해 환경을 파괴해왔고, 그 환경의 고갈이 거의 막바지까지 다가왔다. 지금에서야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환경 보호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다 노력하고 있지만, 그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것도 결국 다른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므로 이득의 효과면에서 본다면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세계는 점점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속되고 있다. 즉, 유용한 자원에서 무용한 자원으로의 이동... 결국 어느 순간에는 자원 제로, 즉 종말이 가까워올지도 모른다. 이것이 저자가 우려하는 논점이다. 우리가 진보를 앞당길수록 엔트로피의 증가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기계적인 세계관에서 탈피하고 사회 전반적인 구조와 생활 패턴도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서 과학, 교육, 종교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촉구한다.
.
.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우린 급속한 산업화과 기계문명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 여파로 환경문제가 지금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계속 이용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원도 유한할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것도 끝이 올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열역학 법칙, 즉 하나의 물리학 법칙으로 사회, 종교, 문화 등 모든 것을 너무 쉽게 통합하여 일반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사회 구조와 생활패턴의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저엔트로피로의 변화가 과연 가능할까? 마치 지금 누리고 있는 문명을 모두 뒤돌아가잔 이야기인가?
에너지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듯이 시간도 되돌릴 수는 없다. 또한 우리가 한번 누려온 문명을 다시 거슬려 되돌리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단지 주위를 되돌아보고 한박자 쉬어가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쉽게 인식은 되지만 모든 것을 수긍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을 엔트로피로 설명하는 저자의 세계관에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