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이마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유럽 역사 그리고 유럽 왕조에 대해 처음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프랑스 혁명과 비운의 왕비 마리앙투와네트였다. 어릴 때 봤던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애니메이션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본 기억도 있었고, 프랑스 혁명으로 일국의 왕비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일이 너무나 비극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유럽 왕족사에 대한 여러 가지 책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한때 어찌나 열중했었던지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가지 일들이 공부하지 않고도 저절로 머릿 속에 들어와 있었다. 심지어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 발발일은 아직도 그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정말 이런식으로 스스로가 좋아서 몰두하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것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마리앙투와네트만큼  비극적인 왕비가 스코틀랜드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메리 스튜어트이다. 유럽 역사상 최초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여왕이다. 이 여왕의 사건은 당시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의 대립과 더불어 더 비극적으로 끝나게 되는데, 이 책에서도 두 여왕의 갈등 관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대립할 수 밖에 없었으며, 카톨릭을 신봉하는 메리와 개신교를 신봉하는 엘리자베스와의 종교도 중요한 갈등으로 작용한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왕관을 머리에 쓰고 나온 메리와 헨리 8세의 사생아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가까스로 왕권을 손에 넣은 엘리자베스는 자라온 환경부터 너무나 달랐다.

메리는 여왕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여 결혼하였고, 엘리자베스는 평생 미혼의 여왕으로 남는다. 하지만 메리의 감정적인 첫사랑은 금새 변해 두번째 남편인 헨리단리를 살해하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고, 그를 살해한 보스웰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며, 이 전반의 사건은 그녀를 잉글랜드로 도망가게 만든다. 그렇자나도 메리로부터 왕권의 위협을 받던 엘리자베스는 이 사건으로 메리를 자신의 손아귀에 틀어쥘 기회로 만든다. 하지만 불운한 국제 정세와 종교 갈등은 그녀로 하여금 모반의 음모에 가담하게 만들고, 합법적으로 그녀를 제거할 기회를 찾던 엘리자베스는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메리 여왕이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엘리자베스처럼 정치적으로 냉정하지 못했고, 술수에 능하지 못했으며, 정치나 종교적으로 그녀에게 불운한 시대적 상황의 이유도 있지만, 결국 그녀가 가진 섬세하고 감정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잉글랜드로 넘어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죽음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한 나라의 여왕으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고 사랑이 식은 남편을 냉정하게 제거하는 모진 면도 보였지만, 이 모두는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었고, 그 감정에 충실했던 만큼 주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조금 앞선 시대 6명의 왕비를 갈아치운 헨리 8세가 떠올랐다. 헨리 8세 또한 자신의 감정과 사랑에 충실했지만, 그 감정이 사라지자 가차없이 사랑했던 왕비를 제거하는 모진 군주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강력한 군주이며, 위엄있는 왕으로 추앙받고 있다. 반면 메리 스튜어트는 스스로 선택한 사랑에 죄를 받고 군주로서 명예를 손상당했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상황이 불운했었다는 설명으로는 뭔가 꺼림직해보였다. 내가 여자이어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웬지 메리 스튜어트가 여왕이었기 때문에 더 불행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메리 스튜어트...비운의 여왕...
이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비록 단두대에서 끔찍하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열정적 사랑과 끝까지 여왕으로서 위엄을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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