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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망고스트리트... 제목만큼이나 상큼한 오렌지색 표지..
흐뭇한 따뜻함이 물밀듯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려 보게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 쳤던 그 순진하고 철없던 시절의 일들도 생각나고...
어릴 때부터 바라던 나만의 소박한 꿈도 다시 떠올렸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난...
그 꿈과 순수함을 많이 잃어버리고 산 것 같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내 자신과 내 주변을 되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에스페란자 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본 받고 싶었다...
상큼한 제목과는 달리 '망고스트리트'는 미국 뒷골목의 어느 거리의 이름이다. 이곳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그리고 어두침침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시시 때때로 일어나는 음흉한 동네다. 이곳에 에스페란자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계속 옮겨 다니다가 이곳에서 처음 맞는 진짜 '우리집'은 정말 볼품없고 구질구질했지만 소녀는 이곳 '망고스트리트'에서 밝고 천진난만하게 살아간다.
'망고스트리트'에 와서 그녀가 새로 사귄 친구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구타당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친구도 있었고,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여자도 있었으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살아가는 가난한 노동자 등 모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밑바닥 인생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남자만을 기다리며 사는 여자도 있었다.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버거워보였다. 하지만 생활에 지친 밑바닥 인생들의 안타까운 일상의 이야기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하면 웬지 흐뭇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어떨 때는 피식피식 웃음까지 나왔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 보는 에스페란자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천진난만한 에스페란자의 꿈은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어쩌면 버거운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은 소녀 자신의 소박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곳 '망고스트리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그 작은 꿈에 대한 이야기는 책 속 곳곳에 묻어난다.
나를 위한 현관과 나만을 위한 베개와 예쁜 진홍색 페투니아가 있는...
내 책들과 내 삶의 이야기들이 있는... <중략>
언제나 눈처럼 조용한 집.
나만을 위한 공간.
시를 쓰기 전의 깨끗한 종이 같은.....<p.194>
하지만 그녀는 '망고스트리트'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될 곳이라 이야기한다.
그곳은 그녀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며, 그곳이야 말로 "내 책들과 내 삶의 이야기들이 있는" 곳임을 알기 때문이다.
결코 즐거운 소설이었다 말할 수 없다. 안타까운 주변 환경과 사람들 이야기는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에스페란자의 순수함과 따뜻함이 나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꽤 훈훈하다.
한편의 산문시같이 이루어진 44편의 모든 구절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