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떤일이든지 몇초만 지나면 잊어버렸다. 그의 착각에는 긑이 없었다. 그의 발밑에서는 기억상실이라는 심연이 언제나 입을 벌린채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온갖 거짓 혹은 가짜이야기를 능숙하게 지어내면서  그 심연에 다리를 놓아 한시바삐 건너가려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순간적으로 목격한 세계 혹은 그렇게 느껴진 세계였다. 그의 말은 워낙 변화무쌍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서 단 한순간도 감내하거나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생소하고 혼란스럽지만 그럭저럭 일관성도 갖춘 세계가 존재했다. 그를 둘러싼 세계, 그것은 그가 무의식중에 끊임없이 속사포처럼 불을 뿜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매번 급조해내는 세계였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와도 같은 세계, 환상의 세계, 꿈과 같은 세계였다. 항상 새로운 인물들과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매순간 변화와 변형이 일어나는 만화경같은 세계였다. 

위 구절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올리버 색스가  톰슨이라는 코르사코프 증후군환자의 이야기이다. 

한번은 톰슨씨가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는 호텔프런트에 자신의 이름을 윌리엄 톰슨목사라고 사인하고 택시를 불러 밖으로 나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택시기사는 그처럼 재미있는 승객을 태운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이야기가 끝나면 다음이야기로 이어지는, 멋진 모험으로 가득찬 놀라운 경험담을 연이어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말했다. 

그는 마치 세상모든것을 여행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없고,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단한사람의 인생에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대답했다.  

단 한사람의 인생으로는 결코 그럴 수 없지요. 정말 기묘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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