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시골의 엄니가 집에다 양파와 마늘을 보내준다. 사과 15KG 4상자가득 마늘과 양파을 가득 담아 택배로 보낸다.

마늘을 베란다에 말려놓고 집사람이 시시때때로 조금씩 가져가서 까서 음식을 할때 쓴다.

하지만, 정신없이 살다보면 몇달을 그냥 놔두고 있다보면 말라서 작년에는 반 이상은 버렸다. 버리면서 드는 생각이 이 마늘을 노인양반이 시골에서 보내줄때는 맛있게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먹일 생각에 보냈을 텐데....하며 엄니한테 웬지 죄지은 느낌으로 한쪽 끝이 아렸다.

 

지난주에 아니나 다를까 엄니가 양파와 마늘을 보냈다고 하길래 올해는 어떻게든 생생할 때 정리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지난주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 아침 새벽에 운동을 갔다와서 나도모르게 마늘 한 덩치를 거실 구석에서 모셔놓고, 한개씩, 한개씩, 까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것보다 그때 더 경건했던 것 같다.

엄니에 대한 예의일수도 있지만, 내가 이제서야 철이 들었는지....오전내내 한개씩, 한개씩 까다보니 맨 손에 까니 손가락 끝이 왜 이리 아픈지....

 

그래도 마음이 편안했다....서두르지 않고 작은 마늘 조각도 하나씩, 하나씩, 마치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이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집사람이 웬지 친절해진 것은 보너스^^

 

장모님이 김장할때면 며칠을 이 마늘을 깐다고 앉아서 자근 자근 않아서 고생하시던 기억이 났다. 장모님은 김장이 한해 농사다. 마늘이고, 고치가루고..... 사람사는 것이 사실은 그게 '도'인데 나이가 50이 되서야  깨달았으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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