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칸 디자인 모티프 - 코바늘로 뜨는
더 헐레이션스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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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렸을 때 이사를 참 많이 다녔었다. 그래서 유년기를 지냈던 동네며 집 구조 같은 것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사춘기가 될 때까지 늘 비슷한 자리에 놓여있던 전화기와 전화기 밑 깔개는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가 코바늘로 모티프를 떠서 몇 장을 이어 만든 작품(?) 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점도 좋았고, 한 가지 모양으로만 된 조각이 아닌 여러 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좋았다.


주부가 되고 나서 크리스마스 즈음만 되면 직접 뜬 수세미를 선물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여러 해를 여러 가지 색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수세미를 넉넉히 선물해 주었다. 신기하게 그 수세미가 다 떨어져 갈 때쯤이면 크리스마스가 돌아왔었다.

그 친구와는 특별한 개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소식이 끊어졌다. 하지만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그 친구와 수세미가 떠오른다.


뜨개질을 생각하면 따뜻함이 먼저 몰려온다. ‘엄마’, ‘친구라는 이미지가 함께 그려져서 그런 것 같다. 나도 뜨개질에 몇 번을 도전해 보긴 했었는데, 솜씨가 젬병이라 금방 그만두었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설레었다. 거창한 작품까지는 못 만들겠지만 모티프 정도는 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부터가 모로칸 느낌의 색감이다. 모로칸 디자인 모티프들이 참 예쁘다. 이 책은 도안도 있어서 좋다. 그리고 기초 뜨개 기호에 대한 설명과 방법을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어서 초보라도 간단한 모티프 하나는 뜰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내 솜씨는 역시 젬병이었음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결과물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뜨개질을 하는 동안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한동안 서툰 뜨개질을 계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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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들
안도 요시아키 지음, 오정화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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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요시아키1994죽음이 내려앉았다로 일본 추리서스펜스대상 우수상을 수상, 2000귀자모신으로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 수상, 2010년에는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에 수감이 당선되면서 명실공히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일본 사람들은 유독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추리소설 분야는 더 발전하고, 추리소설 작가들도 많은 듯하다. 그런 일본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나도 일본 문학을 선호하지 않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좋아한다.

사라지는 아들은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 소개된 안도 요시아키의 작품이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추리소설의 강대국인 일본에서 인정받았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원인과 결과가 얽히고설키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때문에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어떤 반전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간 가즈오는 33년 전의 진실을 파헤치고 아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그리고 가즈오의 행동들은 미래(현재)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런 것들을 추리하고 예측하는 것은 독자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처럼 소설 전반에 걸쳐 타임슬립과 추리라는 요소가 독자들의 궁금증과 도파민을 자극한다.

 

자신도 모르게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았다. 그의 결정들이 소설의 내용을 끌고 간다는 점 덕분에 소설 속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의 성격을 파악해야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안도 요시아키의 팬들이 생길 것 같다. 그의 다른 책들도 빨리 한국에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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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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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나도 오컬트 마니아이다. 심심풀이 정도가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사주, 타로 등을 직접 배우기까지 했다.

그래서 인간은 왜 무속에 의지하고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인간까지 갈 필요도 없이 나는 왜 무속에 의지할까?‘

얼마 전에도 불공을 드리려고 절에 다녀왔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못 가겠다 말하는 첩첩산중에 몇 시간을 꾸역꾸역 올랐다.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산을 오를 때마다 왜 사서 고생인가 싶다. 생각해 보면 그 오르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수행의 시간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나‘, ’이 고생을 한다고 바뀌는 것이 있을까‘··· 등의 생각을 하다 보면 많은 나름의 답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절에서 내려올 때는 오를 때와는 다르게 늘 마음이 가볍다.

왜 신을 믿는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믿고 싶어서 믿는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 믿음 때문에 의지하게 되고, 그 의지하는 마음 덕에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종교와 마음, 2장 한국 문화와 종교, 3장 무속과 한국인,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 5장 후종교시대

오컬트 마니아라고 밝혔다시피 역시나 <3장 무속과 한국인>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속을 미신이라 폄하만 한다면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무당은 컨설팅이나 상담, 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심리적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명리학을 좀 공부했더니 주변에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는 만큼 통변을 해주면서도 내 말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을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 친구는 듣는 사람은 미래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 뿐이고, 맞든 틀리든 그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주면 많은 위로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효과와 맥을 같이 한다.

심리적 효과 외에 증명할 수 없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만 명심한다면 무당은 무해하다.

 

소설도 아닌데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며 독자들을 자각시킨다. 종교 이야기를 이렇게 편견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글을 쓸 수 있다니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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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1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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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어판 출간 15주년 에디션이 나왔다.

오래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은 부정적이고 주눅 들게 하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좋은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열쇠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인지행동치료에 토대를 두었다. 이 책의 셀프헬프 프로그램은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또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어떻게 하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지, 그리고 두려움, 망설임,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게 해준다.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개념과 내용의 대강을 파악하고 궁금증을 달래기 위해, 우선 각 장을 빠르게 죽 읽어 내려가라.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고 주의 깊게 정독하라. 때때로 읽기를 중단하고 읽은 것에 대해 숙고하라.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으면 다음에 얼른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밑줄을 그어놓아라.

한 장 한 장 연습해나가면서 앞장을 철저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 특히 1장에서 4장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

매일 30분 정도를 이 책에 할애하라.

읽은 내용은 곧바로 일상에 적용하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전이 중요하다. 자동차 운전도 이론으로 배운 것을 직접 핸들을 다루면서 배우지 않는가.

 

우선은 첫 단계인 죽 읽어 내려가는 것까지는 빠르게 실천했다. 두 번째 단계 진행 중인데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아 책에 밑줄이 넘쳐나고 있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만큼이나 셀프헬프는 명쾌하다. 단지 감정이란 아주 복잡해서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돕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다음의 두 가지는 꼭 챙겨야 하는 유익함일 것이다.

1.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라는 것.

2. 이 책의 방법과 기술 들을 곧장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셀프헬프가 가능할 것이라 믿지 못했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이 책의 지침들을 열심히 활용한다면 단시일 안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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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 - 감정 심리 안내서, 어린이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조연주 지음 / 자상한시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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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자마자 !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나를 반긴다. ! 잘했어요종이로 포도송이를 채우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포도를 완성하면서 느꼈던 성취감은 어떤 선물이나 상보다 행복했던 것 같다.

<감정 일기> 강의는 청년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되어 지금은 초중고 학생과 대학교, 공무원, 교사, 기업까지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그중에서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를 어떤 마음과 눈길로 바라보는지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이 곧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어린이는 낯설어진 어린 시절로 우리를 초대해 주는 존재였습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감정 일기는 실제 이름과 아이들이 쓴 그대로를 실었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가명을 쓰겠다고 했을 때 떳떳하지 못할 게 없는 아이들은 본명을 써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아이다운 당당함 앞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른들이 읽기엔 아이들의 감정 일기가 너무 유치하고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할 때 메시지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감정 일기를 읽으며 느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되었다. 나 역시 감정 일기를 읽으면서 무연한 진솔함에 무장해제되는 것을 체험했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면 어린 시절의 나와 잘 지낼 수 있고, 어린이로 남아있는 내 안의 또 다른 자아와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화해하지 못한 어린 시절 한때의 가 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 완벽하게 편해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감정 일기를 읽고 있으면서 그 친구와도 가끔 대면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가는 시간이 한 번쯤 꼭 필요합니다.“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 일기를 통해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중학생 딸과 함께했는데 딸의 마음도 많이 알게 되었고, 딸의 감정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처럼 자녀가 있다면 꼭 함께 해보길 권하고 싶다. 자녀와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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