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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백컨대 나도 오컬트 마니아이다. 심심풀이 정도가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사주, 타로 등을 직접 배우기까지 했다.
그래서 ’인간은 왜 무속에 의지하고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인간까지 갈 필요도 없이 ’나는 왜 무속에 의지할까?‘
얼마 전에도 불공을 드리려고 절에 다녀왔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못 가겠다 말하는 첩첩산중에 몇 시간을 꾸역꾸역 올랐다.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산을 오를 때마다 왜 사서 고생인가 싶다. 생각해 보면 그 오르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수행의 시간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나‘, ’이 고생을 한다고 바뀌는 것이 있을까‘··· 등의 생각을 하다 보면 많은 나름의 답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절에서 내려올 때는 오를 때와는 다르게 늘 마음이 가볍다.
’왜 신을 믿는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믿고 싶어서 믿는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 믿음 때문에 의지하게 되고, 그 의지하는 마음 덕에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종교와 마음, 2장 한국 문화와 종교, 3장 무속과 한국인,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 5장 후종교시대
오컬트 마니아라고 밝혔다시피 역시나 <3장 무속과 한국인>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속을 미신이라 폄하만 한다면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무당은 컨설팅이나 상담, 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심리적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명리학을 좀 공부했더니 주변에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는 만큼 통변을 해주면서도 내 말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을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 친구는 “듣는 사람은 미래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할 뿐이고, 맞든 틀리든 그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주면 많은 위로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효과와 맥을 같이 한다.
심리적 효과 외에 증명할 수 없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만 명심한다면 무당은 무해하다.
소설도 아닌데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며 독자들을 자각시킨다. 종교 이야기를 이렇게 편견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글을 쓸 수 있다니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