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윌리엄 수도사님.... 무섭습니다. 그자들이 말라키아를 죽였습니다. 이제 그 서책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게다가 이탈리아인들 패거리가 저를 미워합니다.

744 페이지

베노는 떨리는 입술로 윌리엄 수도사에게 말한다. 하지만 이내 윌리엄은 그를 꾸짖는데... 애초에 문제의 서책을 말라키아에게 건네지 않았더라면 그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수도사의 말... 그런데 베노는? 베노 역시 그 책을 보았을텐데 그는 멀쩡하다. 그는 말한다. 서책의 각 쪽은 모두 붙어있었다고... 한 쪽 한 쪽을 떼어 볼 수 없었다는 말... 거의 종이가 바스라질 것 같았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 종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윌리엄 수도사는 무언가 알아챈 것같다. 과연 그가 알아낸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태리 아파트먼트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주인공은 그 문이 곧 닫힐 테고 익숙했던 것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은 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지금 그 문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낡은 습관처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점도 잘 알았다.

302 페이지

2080년 12월 미래에서 편지가 왔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 상황에 대하여 조근조근 말하고 있는 다소 황당스러운 글... 아니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고요? 아니, 셧 다운이라니... 그렇게 일찍 모든 가게가 문을닫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방 안에서 꼼짝도 못하게 갇혀 지내야했다고요? 세상에 맙소사! 학교를 안가고 컴퓨터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졌다고요? 졸업식, 입학식도 없었고요?

그래, 그렇다. 지금 전세계 상황은 그러하다. 마티아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손자들은 시시한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 시절은 실재했고, 먼 훗날은 추억이 될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을 어떻게 헤쳐가는냐에 따라 먼 훗날의 이야기의 장르가 달라질 것이다. 누구는 성장 소설의 한 페이지로 기억하고, 누구는 공포 소설로 기억하게 될지도...

마티아네 가족은 밀라노 5층 아파트에서 산다. 사실 코로나 초기 이탈리아의 상황은 나도 뉴스를 보아서 잘 알고 있다. 곳곳에 넘치는 환자들, 그리고 집 안에서 꼼짝 못하게 갇혀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시체와 같이 밤을 보내기도 하는 장면을 자신의 유튜브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화장터는 이미 포화직전 상태, 곳곳에서 시체들이 몰려드는 그야말로 패닉 상황.... 바로 이 상황에서 마티아네 가족은 서있다. 테아네는 2층, 줄리오 마우는 3층, 젬마할아버지와 도나티 할머니는 4층, 측량사 고티는 5층, 그리고 관리사무실의 카를로 할아버지까지 모여사는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 5층 아파트...

여의치않게 팬데믹이 닥치면서 그들 이웃들은 서로의 속사정들을 알게 되고 가까워져간다. 발코니의 고티씨의 노래, 사람들의 박수소리... 이런 저런 정을 나누고 주인공 마티아도 소원해진 아버지와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 소설은 어쩌면 관계의 소설이다. 코로나 시대가 누군가에게는 순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 시간에 마티아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해나간다.

마티아의 아버지는 고치고 지우는 것을 못한다고 고백한다. 잘못 쓰면 지우는 대신 얼른 노트를 찢어버리고 다시 시작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고백한다. 마티아에게 상처줬음을 사과한다. 마티아는 말한다. 어딘가 찢어버린 노트가 휴지통에 있을 거라고...ㅎㅎ 그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마티아의 명랑한 말 속에서 보이는 긍정의 힘... 그것은 용기의 또 한 이름이다. 아버지의 쓰다듬을 거부하지 않는 아들, 이제 아버지가 주는 생크림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어봐도 좋겠다는 마티아... 모든 것은 용기의 마음이다. 우리 스스로의 마음 속에 사실상 자리잡아 있음에도 꺼내기를 주저했을 그 마음들...

2080년은 언젠가 올 것이다. 그 날이 되어 다시 이 책을 펼쳐볼 날이 올까? 훌쩍 나이듦이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추억이 될거라는... 암울한 현실도 내일이면 다른 날이 될 거라는 희망이 그날을 기다리게 한다.


모두 아무 일 없이 지나갈 팬데믹을 추억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장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빈자리가 무서운 사건의 전조가 된 전례가 있음은 누구나 익히 아는 터였기 때문이다.

695 페이지

호르헤 노수도사 자리 옆에 비어있는 자리.. 그 자리는 장서관 사서 수도사 말라키아의 자리이다. 평소와 답지않게 불안해보이는 호르헤 수도사... 사부는 말하다. 말라키아 자신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면 그 서책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라키아는 과연 서책에 대해 알고 있단 말인가? 그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괜히 불안해진다. 또 하나의 불운한 사건이 기다릴지..어떨지 말이다. 아... 숨막히는 수도원... 그래도 일상은 이렇게 평안하게 흘러가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송일준의 나주 수첩 2 - 송일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나주 여행 송일준의 나주 수첩 2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 속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인생 3막. 살다보니 어느새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166 페이지

세월이 흐른 후 생각하니 역시 인연이란 소중한 것임을 실감한다. 어찌 어찌 상처 서로 안받고 안주고 살아왔다고는 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많은 인연들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처럼 쉽사리 빠져나간다. 그 당시에는 비록 지긋지긋해진 관계라도 세월의 흐름으로 꼬인 매듭은 풀어지고 타인이 된다. 오래된 사진첩을 펴본다. 그 아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은 어찌 됐든 잘 살기를 바란다. 정도의 인연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4

"앨리스가 항상 이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는 외쳤어요. "앨리스가 삶에 흥미를 갖는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만사가 얼마나 달라질까요! 하지만 ...... ."

61 페이지

알 수 없는 것을 실로 우리를 공포스럽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게 어때서인가? 보이지않는 공포, 유령은 항상 존재해왔던 것 아닌가? 왜 미지의 것, 생경한 것에 유독 인간은 두려움에 떨어야하는가...

저자 버넛 리의 원래 이름은 바이얼릿 패릿이다. 열네살에 프랑스어로 첫단편을 낸 어린 작가, 또한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수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부록 <마법의 숲>이란 에세이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술의 주문과 끝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 마술적인 것은 유령, 혐오, 두려움, 금지의 표현으로 possession (빙의), 혹은 haunting(출몰)로 표현된다. haunting이란 통제권을 잃어간다는 섬뜩한 인식이 공포로 표현되는 것으로 저자의 이 책 <사악한 목소리>에 실린 단편들을 아우리는 주제의식이다.

총 세편의 단편 중 첫 작품이었던 <유령 연인>이 내겐 인상적이있다. 버넌 리 본인이 작품 속에 등장하여 극을 이끌어가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컬트적이고 묘한 몽환적인 느낌을 풍긴다. 모든 것이 광기에 사로잡힌 듯하나 막상 그 광기 안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은 평안한 것처럼, 특히나 화가이자 책 전반의 서술가인 버넌 리가 묘사하는 켄트 소지주 오크부부의 모습은 그러했다. 17세기 니컬러스 오크 부인과 1880년의 앨리스 오크... 앨리스는 어쩐 일인지 17세기의 니컬러스 오크 부인에게 집착한다. 오래된 옷장을 뒤져서 그녀의 옷을 입고, 그녀가 한때 사랑했다던 연인 러브록의 시들을 잔뜩 꺼내고 무언가 나올법한 기묘한 방(오크는 들어가지도 않는) 노란 응접실에서 하루 종일을 보낸다.

극 중 오크가 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아내를 몹시도 사랑하고 아내가 현실에 살기를 바라지만 그녀는 다른 것을 보고 다른 말을 한다. 오크는 그녀의 보이지않는 연인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어한다. 설마 그 연인이 이미 생을 달리한 자라도 말이다.

화가는 앨리스 오크의 미모에 대해서 처음 보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이라고 칭송한다. 특히 연속적이고도 환상적인 선, 즉 대나무 같은 뻣뻣해 보이지만 나긋나긋한 몸매에 대해 알수 없는 경이를 표한다. 그녀는 극도의 친절과 철저한 무관심의 양면을 갖추었다. 자신의 관심분야에는 열렬히 몰두하면서 남편에 대해서는 마음씀이 없이 그를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아...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앨리스 오크가 현실의 남편을 바라봤다면... 그 속에서 현실을 보고 삶을 직시했더라면... 비극적인 결말은 없었을텐데...

가끔 사람이 맹목적으로 몰두하는 순간이 있다. 어느 한 순간은 그 몰두가 힘이 되고 뭔가를 성취하게 하지만 기괴한 곳에 몰두, 지속적인 관심은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소외시킨다. 그 몰두가 만일 유령이나 심령적인 것이라면 또 어찌할 것인가? 지나치게 예언을 믿는 오크 씨도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빠져있고, 남편의 심약함을 이해못하는 아내 앨리스 역시 비극적인 캐릭터이다.

<끈길진 사랑>, <사악한 목소리> 에서 나오는 주인공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섬뜩하게 기이한 것을 '언캐니'하다고 한다. 헨리 제임스가 버넌 리에 대해 총평한 단어이다. 그녀는 '언캐니'에서 소설의 가독성을, 예술성을, 심미성을 끌어내었다. 한평생 규정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버넌 리... 그녀의 삶이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