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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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다니엘 디포 (지음) |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 적 좋아하던 책 중 한 권을 뽑으라면 [로빈슨 크루소]가 꼭 들어갔었다. 이 책 [전염병 일지] 역시 그 책의 작가였다니... 한편으로는 로빈슨 크루소는 몹시도 대중적이고 한마디로 유명한데 왜 같은 작가의 이 책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대니얼 디포는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난,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인플루언서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각지를 여행하고, 저널리즘, 정치, 상업, 사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그의 글들은 몹시도 신빙성을 보였으며 로빈슨 크루소 책 또한 31세에 파산으로 감옥에 잠시 투옥된 후 이후 벽돌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염병 일지]는 앞으로의 미래를 예견한 르포 형식의 소설로 일컬어진다. 1720년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페스트로 6만 명에 추정되는 막대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영국은 다시 대규모의 전염병은 자국에서도 시작될 것이리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은 이미 1665년에 10만여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1722년 출간된 [전염병 일지]는 디포가 미리 예상한 아마도 곧 들이닥칠 국가 재난을 예상하면서 쓴 글이다.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미리 영국 시민들이 알기를 바라고 대처하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1665년 페스트가 시작된 해 런던에 계속 머무른 한 시민으로 작품의 화자는 소개된다. 그리고 그 화자는 작가의 의도를 대변하면서 이와 같은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행동 지침으로 삼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초성 서명만이 나오고 취재를 하는 기자와 같은 모습을 비춘다.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해서도 그러하고 앞으로 기후 위기 문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노출 등 역시 산재한 위협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던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또다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 될 건가? 그때 잘 대처했다고 해서 다시 또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때 못했다고 해서 다시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위기 상황은 한 마디로 돌발 상황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당시의 상황도 역시 고통받는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에 노출된 채 죽어갔고 하릴에 쓸모도 없는 부적이나 액막이 등에 의존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자 부자와 정치가들은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페스트 지역을 이탈했고 남은 자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초기 의술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까닭은 알지 못하는 박테리아 감염이었다. 그리고 위생관념 부족으로 (예를 들어 수술 중 의사가 손을 안 씻는다든가)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개인위생을 강조하고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 등을 말했던 이유 역시 위생이 전염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지금은 마스크의 무용성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디포의 책에서 역시 병의 원인을 외국 감염지역의 화물에서 무언가가 묻어왔다고 추측하고 병이 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의 물건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인지하고 병자를 진찰해서 감염 여부를 결정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심판이었다거나, 병의 사라짐 역시 보이지 않는 은밀한 손이 구원을 하였다는 식의 말들도 언급된다. 감염이 시작되자 런던을 떠난 왕가들, 그리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 사치와 향락 속에 빠진 도시.... 그는 이런 것들을 말하면서 전반적인 도덕적 개혁 또한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그 이전에 전염병을 예언했던 영화와 책들이 한때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류가 살아있는 한 다시 또 대규모의 전염병은 올 테니 말이다. 또 누군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 . 모든 것이 인류의 지혜로 쉬이 지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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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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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토머스 도드먼, 에르베 마쥐렐, 진 템페스트 (엮음) | 이정은 (옮김) |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펴냄)​

하늘을 바라본다. 새가 날고 구름이 일렁이고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평온함은 지구 전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하늘과 지구 반대편에서 보는 하늘은 같은 곳일진대 저마다의 바라보는 마음의 풍경은 다를 것이다. 지금 당장 죽어가는 사람이 달을 쳐다본다면 과연 그 달은 어떤 모습일까? 황홀한 연애의 늪에 빠진 젊은 청년이 달을 본다면... 참 이상하다. 평온함이 전혀 평온한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 말이다. 지금도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는 죽고 죽인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아이조차도 그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불평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에 [돈룩업]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지구를 멸망시킬 거대 운석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정치인과 자본가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한 명은 선거에서 이길 꿈을 또 다른 한 명은 운석 속의 어마어마한 자원들을 한 손에 움켜질 꿈을 꾼다. 그들의 동상이몽으로 인해 지구 모두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석의 꼬리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 죽음이 코앞으로 닥쳤는데 저마다 다른 백일몽으로 하루하루를 위로한다. 닥칠 일은 닥친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고, 아이는 자란다. 누군가가 당신이 영원히 산다고 말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일 것이다. 하지만 다들 그 바보 말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인까.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속의 전쟁은 참혹하다. 아니, 사실 전쟁 자체는 그 자체로 참혹하다. 죽고 죽이는 게임이 아니던가? 누가 상대편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이 죽이는지에 따라서 이기고 지는 승패의 판가름이 결정 난다. 책 속에서 자원병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전쟁이 얼마나 게임 같은 지를 알게 해준다. 모험심을 햠양하고 스릴을 즐기 위해서 전쟁에 지원하는 자원병, 용병 등이 있다. 과연 돈을 받고 전쟁에 임하는 자들이 어떤 신념이 있을 것인가? 신념을 갖고 전쟁에 임하는 자들은 아마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리고 아마 죽이러 간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난 죽지 않을 거야. 적어도 지금은.

현대전은 예전과 달리 그다지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대신 스스로 죄책감을 줄일 수 있는 대단한 기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드론이다. 현대전은 드론 전쟁이라 일컬어진다. 과연 지금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시시각각 각국의 첨단 무기들이 서로 서로 누가 누가 더 잘하나의 우위를 다투는 하나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지만 죽이는 사람은 없다. 죽이는 기계가 있을 뿐이다. 과연 누가 가해자인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마 전에 뉴스에서 실명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결혼식을 보았다. 쓸모 없어진 자신을 누구도 필요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 속에 빠져있던 그는 그래도 자신을 너무도 사랑한 한 여인의 남편이 되었다. 전쟁은 그에게 불편해진 몸을 남겼지만 말이다.

책 속에 언급된 소년병에 관한 글들도 몹시 끔찍했다. 얼마 전 소년병에서 돌아와서 그 실상을 알리는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읽어서인지 왠지 더 와닿았던 장이었다. 소년병이 사실을 총받이로 구실을 하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길들이기 위해 마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이들이 아이들로 여기지 않고 효율적인 전쟁 도구로 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동물들조차 그러하지 않는데 말이다.

제2권에서는 군인으로 겪는 전쟁과 시민으로 겪는 전쟁의 경험에 대해서 서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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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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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예전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해진다고 했다. 옛 어른들은 그런 말을 수시로 한 것 같다. 왜일까? 아마 그 시대에 열심히 품을 팔고 농사일을 도와야 시기에 유유자적 이야기에 탐닉하고 책을 보는 일은 아마도 탐탁하지 않은 무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할까?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일명 성공하는 자가 된다. 이야기는 결코 하나에 국환 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의 뿌리는 깊고도 넓어서 영화로, 만화로, 또 수출을 통해 세계 속으로 팔려나가는 시대가 왔다. 자고로 잘 된 이야기 하나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재미와 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이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제8탄인 이 소설에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미시마초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모두 각각 한 명씩이다. 이야기 그렇게 듣고 버려진다. 들은 이야기들은 묵화를 통해 기이한 이야기책이라는 것을 통해 오동나무에 보관된다. 사촌 누이 오치카가 청자 역할을 수행하다가 이제는 도미지로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다. 과연 도미지로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올 것인가?

첫 번째 이야기는 [주사위와 등에], 두 번째 이야기는 [질냄비 각시],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이다. 누나를 구하기 위해 등에의 저주를 받은 소년, 그는 신만이 오갈 수 있는 이 세계 도박장이라는 곳으로 끌려간다. 신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말한다.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속까지 선할 수 없으며, 겉모습이 우락부락해도 그 속마음까지 울퉁불퉁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룻배 사공 일을 해오던 오누이가 질냄비 속에서 나타난 이상한 존재와 만난 후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는 점점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좀비 이야기인 마지막 이야기였다. 인간이 아닌 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사후 연못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밀랍처럼 보이는 익사체가 발견되고, 그 익사체로 인해 온 주변이 초토화되는 이야기... 과연 그 인간이 아닌 자는 어떻게 살아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죽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소설은 좀비가 발생된 배경을 부귀에서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부귀란 썩음을 말한다. 썩은 정치, 썩은 사람들의 마음 등등이 인간이 아닌 자들을 만들고 그로 인해 인간은 고통받는다. 인간이 아닌 자들은 쉽게 퍼져나간다. 해악, 욕심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쉽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그렇게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은 아니겠지 하지만 어느새 남들과 똑같은 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 같은...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 소설에 출간된 후 작은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작가 미미 여사가 해명한 뒤에 일단락이 되었다고. 아무튼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쭉 미시마야 변조 괴담이 계속되리라는 안심? 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듯하다. 미미 여사의 다음 시리즈는 과연 어떤 내용이 등장할까? 작가의 펜이란 이럴 때 참 무섭고도 통쾌하다. 펜이란 살아서 날카롭게 사회의 병폐를 골라낼 수 있으니까. 비록 수술까지는 못하지만 진단을 할 수 있으니... 다음 진단 당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긴장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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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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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퀴즈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스릴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다니 역시 천재 작가 오가와 사토시라는 생각이 든다. [너의 퀴즈]는 퀴즈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퀴즈 덕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퀴즈와 인생의 차이와 퀴즈로 풀 수도 있을 법한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보여준다. 물론 인생의 문제는 퀴즈와는 달라서 정답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마다 우리는 우리만의 퀴즈를 풀고 있다. 아무도 답안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저마다 그 선택을 할 때는 나름대로 정답이라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

여기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한 명은 퀴즈 덕후인 미시마 레오, 그리고 또 한 명은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남자이자 일명 퀴즈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의학부의 혼조 기즈나이다. 그리고 혼조 기즈나는 세상을 놀라게 한다. 바로 마지막 퀴즈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정답을 맞혔기 때문이다. 꽤나 큰 상금이 걸린 제1회 Q-1 그랑프리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그는 문제가 호명되기도 전에 답을 말했고 그 답은 딩동댕을 울렸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퀴즈가 파생된다. 이는 혼조 기즈나가 어떻게 마지막 문제를 맞히게 됐는가에 대한 퀴즈이다. 그 퀴즈는 오롯이 미시마 레오의 몫이다. 어떻게 해서 혼조는 마지막 문제를 맞힐 수 있게 되었을까? 프로그램 담당자끼리의 담합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뛰어난 촉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여기 소설 [너의 퀴즈]의 재미가 있다.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가면서 주인공인 미시마 레오와 같이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말이다.

미시마 레오는 혼조에 대해 몰두한다. 그가 퀴즈를 맞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퀴즈와 삶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러할까? 퀴즈는 그냥 퀴즈일 뿐이고, 인생은 그저 하루하루 시간의 연속일 뿐 아니던가? 하지만 미시마 레오를 통해 하나 둘 그 비밀을 알아가면서 인생 역시 퀴즈의 연속임을 독자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단,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당장은 모르지만.

소설에서는 퀴즈에서 문제를 남보다 빨리 맞힐 수 있는 배경에는 확정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많이 아는 것과 퀴즈를 잘 푸는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많은 지식은 명백한 답을 유추하는 데 방해가 될 수가 있다. 오직 퀴즈를 맞히려면 확정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아나운서의 입모양을 통해 정답을 미리 유추하고 남보다 빠르게 부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해야 한다.

얼마 전에 몬티 홀 딜레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충분히 선택을 바꿈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확률임에도 대부분은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들 염소가 있는 문이라고 표현되는 문을 사회자가 열어주어서 정답을 맞힐 확률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그 확률은 반으로 늘어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선택을 바꾸는 것이 처음에 한 선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확률상으로는 유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밀고 나간다. 이것이 몬티 홀 문제에서의 딜레마이다.

인생은 확실히 퀴즈와 닮아있으면서도 다르다. 퀴즈라는 문제, 그것은 같다. 우리는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옳든 옳지 않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흔한 아침 메뉴 선택부터 말이다. 하지만 퀴즈에서는 정답이 존재하지만 인생의 선택에는 정답은 없다. 행여 그 선택이 스스로의 불행을 야기할만큼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그것의 후회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가끔은 인생도 퀴즈처럼 딱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얼마나 명쾌하고 유쾌할까? 하지만 인생의 그 불명확성이 우리를 하루하루 나아가게 하는 것 같다. 항상 선택의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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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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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 이현숙 (옮김) | B612 (펴냄)​

내게는 참 헷갈리는 작가 두 명이 있다. 바로 본 [머그비 교차로]의 저자인 찰스 디킨스와 또 다른 작가 마크 트웨인이다. 왜 인지 이 두 인물이 난 참 헷갈린다.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 작품인데 왜인지 찰스 디킨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올리버 트위스트는 찰스 디킨스 작품임에도 마크 트웨인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두 인물 모두 소년의 성장, 가난,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묘사하는 글쓰기를 했고, 작품들이 모두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더군다나 이 두 작가의 작품에는 위트와 해학이 있다. 단순히 줄거리의 흡입력이나 이야기의 힘을 넘어서서 사회 현상을 아우르고 그 폐부를 꼬집는 듯한 작품 활동을 남긴 두 인물이다.

찰스 디킨스의 [머그비 교차로]는 1866년 주간 잡지 [올 더 라운드]의 편집을 맡고 있는 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서 특별판을 준비했는데 바로 철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칠면조, 눈사람,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를만한데 느닷없이 철도라니... 아마도 이것은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법하다. 철도에 가득 선물을 싣고 달리는 광경을 묘사한 작품이나 애니메이션도 있었고, 눈 내리는 따뜻한 풍경이 아마도 크리스마스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오르골만 해도 열차 오르골이 인기가 있으니 말이다.

디킨스의 작품에는 19세기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미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올리버 트위스트나 위대한 유산을 말하지 않더라도 단편들 역시 캐릭터들 간의 묘사나 상생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책 [머그비 교차로]는 디킨스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당대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 시대상을 언뜻 들여다본 것도 좋고, 작품의 형식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흥미가 있었다.

가상의 공간인 머그비 교차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철도와 연관시키고 모두의 전체성을 통일 시키는 것...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미스터리한 면도 있어서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역시 찰스 디킨스의 [시그널맨]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묘한 설정과 결말의 아득함을 생각할 때 우리 모두의 삶이 반추되는 측면도 있다. 과연 왜 신호수는 그런한 예시를 받고서도 끝내는 그것을 피하지 못했을까? 과연 진정한 유령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우리 안에 도사리는가? [시그널맨]은 디킨스가 실제 1861년에 발생한 클레이튼 터널 열차 충돌 사건을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유명하면서도 여러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직접 연극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다소 철도와 연관이 모호한 작품인 듯한 느낌이 들었던 [보상 하우스] 역시 흥미로왔다. 거울을 보지 못하는 한 남성에 대한 설정이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아님에도 [시그널맨]과 연관성이 지어졌다.

[머그비 교차로]는 무엇보다 기차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는 선물같은 책일 것 같다. 그리고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디킨스의 작품 중 상당수는 잡지나 신문 등지에 연재되거나 일부분의 내용으로 출가로 디는 형태로 나왔다고 한다. 많은 소설이 연재물의 형태였다고 한다.

디킨스의 생애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의 죽음에서 꼭 [시그널맨]의 신호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길을 가다가 뇌졸중으로 쓰려졌는데 어떤 사람에게 땅바닥에 누워달라는 말을 듣자 On the ground?!라고 외친 후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왠지 소설 같은 죽음이다. 그는 죽기 전에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 한 사람의 창조물과 한 사람의 일생은 좀처럼 무관하지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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