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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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다니엘 디포 (지음) |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 적 좋아하던 책 중 한 권을 뽑으라면 [로빈슨 크루소]가 꼭 들어갔었다. 이 책 [전염병 일지] 역시 그 책의 작가였다니... 한편으로는 로빈슨 크루소는 몹시도 대중적이고 한마디로 유명한데 왜 같은 작가의 이 책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대니얼 디포는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난,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인플루언서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각지를 여행하고, 저널리즘, 정치, 상업, 사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그의 글들은 몹시도 신빙성을 보였으며 로빈슨 크루소 책 또한 31세에 파산으로 감옥에 잠시 투옥된 후 이후 벽돌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염병 일지]는 앞으로의 미래를 예견한 르포 형식의 소설로 일컬어진다. 1720년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페스트로 6만 명에 추정되는 막대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영국은 다시 대규모의 전염병은 자국에서도 시작될 것이리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은 이미 1665년에 10만여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1722년 출간된 [전염병 일지]는 디포가 미리 예상한 아마도 곧 들이닥칠 국가 재난을 예상하면서 쓴 글이다.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미리 영국 시민들이 알기를 바라고 대처하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1665년 페스트가 시작된 해 런던에 계속 머무른 한 시민으로 작품의 화자는 소개된다. 그리고 그 화자는 작가의 의도를 대변하면서 이와 같은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행동 지침으로 삼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초성 서명만이 나오고 취재를 하는 기자와 같은 모습을 비춘다.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해서도 그러하고 앞으로 기후 위기 문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노출 등 역시 산재한 위협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던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또다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 될 건가? 그때 잘 대처했다고 해서 다시 또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때 못했다고 해서 다시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위기 상황은 한 마디로 돌발 상황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당시의 상황도 역시 고통받는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에 노출된 채 죽어갔고 하릴에 쓸모도 없는 부적이나 액막이 등에 의존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자 부자와 정치가들은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페스트 지역을 이탈했고 남은 자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초기 의술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까닭은 알지 못하는 박테리아 감염이었다. 그리고 위생관념 부족으로 (예를 들어 수술 중 의사가 손을 안 씻는다든가)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개인위생을 강조하고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 등을 말했던 이유 역시 위생이 전염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지금은 마스크의 무용성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디포의 책에서 역시 병의 원인을 외국 감염지역의 화물에서 무언가가 묻어왔다고 추측하고 병이 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의 물건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인지하고 병자를 진찰해서 감염 여부를 결정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심판이었다거나, 병의 사라짐 역시 보이지 않는 은밀한 손이 구원을 하였다는 식의 말들도 언급된다. 감염이 시작되자 런던을 떠난 왕가들, 그리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 사치와 향락 속에 빠진 도시.... 그는 이런 것들을 말하면서 전반적인 도덕적 개혁 또한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그 이전에 전염병을 예언했던 영화와 책들이 한때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류가 살아있는 한 다시 또 대규모의 전염병은 올 테니 말이다. 또 누군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 . 모든 것이 인류의 지혜로 쉬이 지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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