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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일기 -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평점 :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기를 가장 성실하게 쓴 시기는 선생님이 매일 숙제처럼 검사했던 초등학교 시절일 것이다. 또래 친구가 세상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감수성 풍부한 여학생들은 종종 친구와 교환일기를 썼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뭔가를 끄적이기도 했다. 일기란 지극히 사적인 글쓰기임에도 우리의 경험은 이렇게 남에게 보여지기 위함이었다. 그 탓일까, 일기 쓰기에도 우리는 잔뜩 힘이 들어가버린다. 그래서 어른이 되니 일기쓰기는 딱히 필요성도, 써야할 이유도 없기에,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된다. 일기를 쓰는 어른이란 마치 멸종위기종처럼 희소하다.
<어른의 일기>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20년간 일기를 썼던 자칭 '일기 장인' 김애리가 늘어놓는 일기예찬론이다. 저자는 일기가 단연코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라 확신한다. 매일 늘어지게 잠이나 자며 방황했던 20대 초반의 자신이 일기를 쓰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수 많은 책을 쓴 저자로 살아갔던 실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른이기 때문에' 더욱 일기를 써야한다 말한다. 딱히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이 없던 유년시절에는 일기쓰기가 삶을 바꾸지 못하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하는 어른에게는 일기 쓰기가 좋은 이정표가 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
저자는 일기장을 플래너이자 감정노트, 목표관리 도구, 독서기록장 등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할 일 목록을 쓰는 것으로 일기를 시작하고,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며 일기를 끝낸다. 이런 습관은 불안을 사라지게 만들어주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있을 때 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매일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할당량을 정해주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자신의 감정과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일기장이다. '구체적으로 언어화'해 들여다본 나의 문제는 보다 명확해지고,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뻗어나가기도 한결 쉬워진다.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건 나의 '기본 세팅값'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요. '불안함, 조급함, 낮은 자존감'으로 설정되어 있던 낡은 자아를 하루에 1mm씩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p43
저자는 실제 자신이 썼던 일기들로 일기가 어떻게 목표관리 툴로, 자신을 한층 긍정하게 되는 감정노트로 작용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종일관 저자가 강조하는 일기쓰기를 유지하는 궁극의 노하우는 '내용은 최대한 마음대로, 단, 최소한의 사이클을 만들 것!'이다. 거창하게 뭔가 쓰려고 하지말고, 그냥 쓰라는 것. 다만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 매일 매일 꾸준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뭘 쓸지 여전히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친절하게도 일기에 쓸만한 다양한 질문들도 던진다. 육아를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와중에도 하루의 단 1%의 시간에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지켜갔던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육아를 핑계로 대지 말고 뭐라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기에 쓸 내용은 '진실이 아닌 것은 그 무엇도 일기장에 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자는 것. 일기는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 나를 위한 기록이자 나의 꿈이고, 나를 위로하는 의식이니까.
예전에도 저자의 전작들은 글쓰기에 대한 갈망만 있지 실천하지 않는 나에게 작은 열정을 심어주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줬는데, 이번 책도 역시 그러했다. 일기쓰기의 효용에 대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늘 실천에는 미적거리던 나는 이 책으로 다시 마음이 드릉드릉해졌다. 일단 당장 예쁜 일기장부터 사야겠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