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딱 100채만 보러 가보자
아이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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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동안 내 관심은 마음의 행복이었지 실체적인 풍요로움에 가닿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 또래들이 생활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갈 때 나는 모래줌 같은 바탕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혼자 비혼으로 지낼 때는 그러한 삶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는 정형화된 삶의 궤도 속에 들어오고 보니 나는 한참 철 없고 늦된 인간일 뿐이었다.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실질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에서 가까운 지역에 신혼부부 특공으로 청약을 넣었고 예비 당첨이 됐다. 투기지역으로 묶인데다 공무원 특공 비율이 너무 높아 일반인들에게 기회가 거의 없던 내가 사는 신도시는 청약을 넣어도 광탈. 결국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 경쟁률이 높지 않은 변두리 지역으로 넣었는데 이게 예비 당첨 앞순위가 됐고, 내 기회까지 온 것이다.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었다. 거의 10년이 넘게 넣은 청약 통장을 한 순간에 날릴 수도 있는데 지금 내가 괜찮은 선택을 하는 걸까? 



아마 그때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우리, 아파트 딱 100채만 보러 가보자>는 나에게 짙은 후회를 남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 아이리는 6번의 아파트 투자로 70억대 자산을 만들고, 현재도 강남 아파트 3채를 대출 없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어 족이다. 월급으로 한 달을 빠듯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염원 같은 '파이어 족'. 그녀는 부동산 투자로 이룬 것이다. 그런 그녀의 투자 노하우라니 솔깃할 수 밖에. 




'돈이 되는 아파트를 찾는 입지분석 X파일'이라는 부제를 단 아파트는 실거주가 아닌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매입에 포커싱을 한다. 저자의 뼈 아픈 실책도 녹아 나며 같은 지역이라도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생생한 실제 예시를 들며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원칙은 '나'에게만 좋아 보이는 물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사, 뷰, 평형, 대단지 여부, 단지 고급화, 연식에 따른 투자 전략 등 내부적인 요인의 디테일한 측면과 역세권, 강남 접근성, 개발 호재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 모두를 꼼꼼히 검토하고, 이 내용을 아파트 투자계획서로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투자계획서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채점하는 형식으로 작성되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파트를 선택해 투자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감에만 의존해서, 아니면 풍문으로 들리는 개발 호재, 지역 카페에서 들리는 카더라 등에 휩쓸려 청약에 뛰어들었던 1년 전 멍청한 나를 다시 붙잡아 세우고 싶은 지적이었다.



책 속에는 각 조건에 대표되는 실제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해두어 나같은 부동산 초보도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앞으로 뉴타운 현황과 대규모 개발 계획 등 앞으로 투자에 참고할만한 최신 정보도 곁들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변하는 시장 상황과 규제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흔들림 없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적절한 조언을 던진다.



"불안에 사로잡히면 눈앞에 찾아온 기회가 보일 리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본주의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어둠 속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자본주의의 본질. 수요와 공급이 조정하는 시장 질서. 이 책에 열거된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아파트의 특징은 일견 무척 기본적인 내용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 상황에서는 불안과 조급함으로 간과하게 쉽다. 그럴 때 저자가 제시한 항목을 기준으로 투자계획서를 차분하게 써서 체크해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나 같은 지방러에게는 서울 중심의 아파트 분석이라 서울에만 호재로 작용하는 외부요인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어떻게 아나, 내가 서울 아파트에 투자할 날이 올지. 

남들 눈에도 좋아보이는 것을 고르는 눈, 그 배움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근데 이제 내 아파트는 오르지 않겠지라는 씁쓸한 자조도 곁들인.



※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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