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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그녀의 완벽한 하루」를 읽고
정말 특징 있는 시도였다. 최근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그것은 만화 형태로 아홉 명의 여자들이 아홉 명의 시인의 시작품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형도의 ‘가는 비 온다’, 박정만의 ‘영원의 한쪽’, 허연의 ‘그 거리에선 어떤 구두도 발에 맞지 않았다’, 오규원의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최영미의 ‘지하철에서2’, 최승자의 ‘삼십세’, 이상의 ‘시제10호 나비’, 황지우의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석고 두개골’, 신현림의 ‘세상을 빠져나가기에 가장 행복한 때’의 시들을 읽고 나서 나름대로 몽상한 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만화 형태고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인과 시도 읽게 되고, 시와 함께 걷고 호흡하며 부르는 비루한 삶에 대한 연가 및 희망이 필요한 삶에 대한 만가가 담겨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독자들이 이 만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보통적인 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이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여성들의 권리 등이 예전에 비해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남녀평등 사상이 이제는 완전히 자리 잡은 시점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부분적이기는 하겠지만 힘들게 생활해 나가는 여성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도 다양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움 속에 멀리 떠나지 못하고, 회색의 삶속에 묶여있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정말 아직도 이런 편견이 남아있다는 사실들이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완전 해소되어 세계화 속의 당당한 모습의 여성들의 삶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이야기가 되고, 많이 표현되고 그림으로 그려졌으면 한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희망적인 모습으로 열심히 생활해 나가는 그런 여성들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환경과 여건에서 생활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완전하게 별개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서로 가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고만고만한 삶, 어는 누구도 성공적으로 과감하게 탈출하지 못하는 삶들에 실망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 이런 표현을 통해서 더 나은 희망을 챙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란 것인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시를 통해서 저자가 나름대로 읽고 해석해서 만화라는 그림으로 또 하나의 독특한 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시작품과 저자의 만화라는 새로운 작품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유익하였다.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확산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