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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평점 :
『공간의 요정』을 읽고
내 자신의 나이 벌썬 오십대 중반을 넘어섰다. 그러다보니 그 어디를 가든지 우리가 자라면서 보아왔던 많은 공간들이 변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것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바뀌어진 경우도 많다. 태어난 고향에 가끔 가보아도 산천, 평야를 제외하고는 많은 공간들의 모습이 변하여서 옛 것을 찾아볼 수가 없어 서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요정을 탄생시키고, 그 요정들이 뿜어내는 ‘기분(氣粉)’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책 제목인 ‘공간의 요정’으로 보아서는 그림동화처럼 뭔가 아름답고 순수할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그렇지는 안했다. 아름답고 순수하기 보다는 오히려 슬프고, 안타까웠고, 속이 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만큼 도시의 공간들의 현실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정학을 연구하는 권위자인 아버지와 동물원을 엄마라 믿는 주인공 송이, ‘도시 성형 계획’을 밀어붙이는 시장, 요정 연구를 도와주는 조수 우고, 시를 쓰는 시지렁이와 시를 먹고 사는 작은 요정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결론적으로 공간파괴로 사라지는 공간의 요정에 대한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시지렁이가 쓰는 시를 흡입해서 배를 채우고 다 먹고 난 찌거기를 연기로 피워 없애며 요정의 호흡기를 거친 이 연기는 신비한 향을 뿜으며 일종의 가루향수효과를 낸다는 것을 기분이라고 부른다. '꼬마 소녀의 눈으로 본 인간과 요정의 세계, 어른들의 탐욕으로 사라지는 정든 공간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 저자는 자꾸 사라져 가는 정든 공간에 대한 아쉬움과 '시'를 읽지 않는 현실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엮어냈다고 한다. 정말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대단한 주제를 가지고 만든 우화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과 함께 생활상의 방향을 제공해주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방향이라면 오히려 더욱 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이 작품은 개발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수많은 도시성형업자들의 주장으로 우리의 휴식공간인 녹지와 공원이 줄어드는 현상에 있어서 이 그림소설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최근에 가장 강조되고 있는 우리의 환경과 생존 공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열 살배기 송이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함께 다루고 있다. 내 자신도 아파트 뒷산으로 자주 산책을 가곤 한다. 바로 이 산책을 하면서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산책로 요정’과 만나, 벗을 하면서 걷고 싶다. 그리고 그 공간이 지속적으로 보존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더욱 더 내 자신도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시와 기억의 장소를 잃은 세대에게 바치는 선물이기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