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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고
내 자신 솔직히 제목에 기차가 들어 있어 매우 친밀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기차를 처음 탔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서 약 20 여리 떨어진 중학교를 자전거로 주로 타고 다녔고, 버스나 가끔은 걸어서도 다녔었다. 그리고 중간에 기차 길이 있어서 기차가 다니는 것을 눈으로만 보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기차를 타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으며, 이 기차 타는 것이 행운의 시작이 되어 내 운명을 바뀌게 만들어 놓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버님의 사업 실패로 중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고등학교 진학을 거의 포기할 무렵에 서울에 철도고등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 학교에만 들어가게 되면 모든 것이 국비로 지원이 되고, 졸업과 동시에 철도 공무원으로 발령까지 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당시 어려웠던 우리나라 여건에서 힘들지만 공부를 잘 하였던 전국의 수재들이 응시하던 학교였던 것이다. 바로 이 학교에 응시하기 위해서 담임선생님을 여러 차례 찾아가 호소한 끝에 드디어 원서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시험을 보기 위해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서울 용산으로 갔던 것이다. 이것이 기차와 첫 인연이 되었고, 정말 천운으로 철도고등학교에 합격까지 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 철도청에서 일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지금이야 진즉 철도를 그만 두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철도와 기차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내 자신을 돌아볼 때에 이 작품의 곰스크로 향하려는 주인공의 의지와 함께 거기까지 가려는 과정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어쩐지 여러 곳에서 내 자신의 경우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서 정말 친근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짧은 단편이지만 우리 인생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고 있어서 그 어떤 책들보다도 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곰스크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서 결혼한 아내와 함께 전 재산을 털어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탔지만 중간 역에서 아내와 내린 후 아내의 은근한 지연작전으로 기차를 놓치게 된다. 바로 그곳에서 여러 일을 하면서 곰스크행 기차를 기약하며 비용을 모은다. 1년여 후 다시 기차 출발 앞두고 아내와 갈등을 겪는다. 결국 아내가 임신했다는 것으로 곰스크행은 좌절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둘째 애까지 갖게 된 후 곰스크행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노선생님의 뒤를 이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곰스크는 모든 사람들의 하나의 이상향으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의 짧은 단편들도 모두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