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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ㅣ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달링짐」을 읽고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맛깔스럽게 펼쳐나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인기가 높은지 모르겠다. 이 소설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읽는 독자들의 심장을 앗아갈 치명적이고도 아름다운 유혹을 묘사한 것으로 2009년 워싱턴 포스트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북리스트>와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수많은 언론과 작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어서 그런지 더욱 더 흡입력이 강했던 것 같다. 바로 저자는 끔직한 살인 사건 속에 몽환적인 아일랜드의 신화와 전설을 맛깔스럽게 버무려냄으로써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범죄스릴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고대의 전설에다 현대의 범죄를 절묘하게 교직시켜 놓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옴므 파탈의 치명적 매력을 지닌 떠돌이 이야기꾼 짐이 아일랜드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담은 로맨틱 스릴이다. 해안가의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짐과 아름다운 세 자매 그리고 그들의 이모 사이에 얽히고설킨 사랑과 관능, 배신과 살인, 광기와 비밀 등이 흥미를 갖게 하고 있다. 내용 중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연이나 어떤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옷깃만 스쳐도 아주 중요한 인연이 된다는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달링 짐’도 처음에는 무슨 의미일까 모르고 책을 읽었는데 결국은 ‘사랑하는 짐’으로 이야기꾼이었던 짐에 대한 사랑하는 표현하는 글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소설의 발단이나 전개에 있어서도 짐과의 운명적인 만남이나 스침이 결국 죽음으로까지 연결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만남을 해야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책에 언급된 표현 중에 ‘시간이란 놈은 참 재미있다. 옛날부터 시간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로 하여금 세세한 일들은 잊어버리게 한다. 자연이 베푸는 사려 깊은 은혜가 아닌가 싶다.’ 정말 맞는 표현이다. 내 자신도 오십대 중반을 넘어섰다. 그 간에 있었던 많은 시간 속에서 있었던 좋고 좋지 않았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위와 같은 논리로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래 만에 한 소설 속에 집배원인 니알의 모험 이야기와 피오나와 로이진 자매가 남긴 일기장의 비밀 이야기, 이야기꾼 짐이 들려주는 늑대 왕자의 전설의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탄탄하게 돌아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독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참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