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를 읽고

찌꺼기
톰 매카시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찌꺼기』를 읽고

역시 작가의 창작열과 함께 나름대로 누리는 인기 비결을 갖춘 작가는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보통사람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조그마한 것을 바탕으로 한 권의 두꺼운 소설책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시내 곳곳에는 각종 복권을 판매하는 장소가 있고, 어떤 곳은 1등이나 2등 당첨 장소라는 플래카드까지 걸어놓고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다. 역시 우리 사람들의 바람 중의 하나는 한꺼번에 부자가 될 수 있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돈이 없이는 정말 살아가가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복권이나 각 종 카지노 등 도박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열정을 바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사고로 인하여 850만 파운드라는 거금의 배상금을 받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 조건으로 자신의 신분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절대 모르게 해야 한다는 단서와 함께 ‘기억’이다. 사라져 버린 기억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 같지만 막상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에 집착하게 된다.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에서 자신의 진짜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벼락부자가 된 이후 기상천외한 일에 막대한 자금을 쓰면서 도전을 한다. 먼저 주변의 빌딩을 사고 자신의 기억속의 장면들을 조금씩 눈앞에서 펼쳐 보이는 부자들의 부자놀이, 공항의 격납고 하나를 빌려 은행 강도 재연 극을 벌이고 나서 진짜 은행으로 옮겨가는 모습 등 도저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솔직히 현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 문제를 재현시킴으로써 일종의 경고성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런 모습은 작가들의 힘이기도 하다.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더 많이 인정해주는 사회에서 ‘찌꺼기’는 완전히 무시당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외로움의 표상이라는 느낌도 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거액의 돈이 생긴 주인공이지만 행복한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과거의 모습을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집요함이 꾸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역시 잔잔하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행복함을 추구하는 모습일 것이다. 바로 이런 작품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실하게 우리 삶의 모습을 제시해주는 점에 대해서 작가의 위대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책속의 주인공은 어쩌면 내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조절과 함께 내면적인 풍요를 살찌우는 노력을 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