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꼴찌들이 떴다」를 읽고

중학교 교사로 25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로 진학 업무를 맡은 때도 많은 해가 있었고, 인연을 맺은 많은 제자들이 지금은 각기 주어진 사회생활에 열심히 임하고 있어 흐뭇할 때가 많다. 많은 제자들 지도해오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중학교 때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 문제였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이런 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어려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 교육 신조로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지도해주자는 것이다. 잘 하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그 만큼 부모님들의 관심과 함께 적극적인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졸업을 하고 나간 많은 학생들 중에서 중학교 때 성적이 낮은 꼴지 학생들과 연결이 잘 되면서, 소식도 자주 듣곤 한다. 그 중 한 예를 들어 보면 오래 전에 학교를 자전거로 타고 다닐 때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오토바이를 탄 젊은이가 달려와서 “선생님”하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보았더니 학교 다닐 때에 성적이 제일 꼴찌였을 뿐더러, 코도 잘 가리지 못했던 제자였다. 그러나 졸업이후 공업고등학교에 겨우 턱걸이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떻게 졸업을 하면서 몇 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계 만드는 공장에 취업하여 일하다가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고마웠다.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통 학생들은 공고를 나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금 있다가 다른 데로 옮겨가는 것을 반복하는 데에도 이 학생은 한 자리에 존득하게 있으면서 차분하게 기술을 익혀서 이제는 일류 기술자가 된 것이다. 그 이후 졸업학년 모임이 있어 나가보았더니 그 모임의 총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흐뭇한 적이 있었다. 오늘 날에도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단 대학을 가기 위해 특수목적고, 인문계고를 선택하게 되고, 제일 마지막이 공고 등 전문계고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탈선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학생들에 대하여 우리 기성세대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애정어린 지도가 병행할 때 더욱 더 사회를 배우고 더욱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해본다. 재웅, 호철, 기준, 성민 4 공고 학생들의 졸업을 앞두고 나가는 실습 현장에서 벌어지는 우리 청소년들의 비록 힘이 들어 쓰러지고 엎어져도 절대 기죽지 않으려는 그 역할들을 통하여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교사로서 뿌듯함을 갖게 되었다. 단단한 체험 속에서 나온 작가의 탄탄한 내용 전개가 청소년들과 함께 호흡하게 하는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산백석 2009-01-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 공부에서 뒤로 쳐지는 대다수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많이 사랑해주셔요. 이 책 리뷰 추천해요.

인천일지매 2009-01-3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에 관한 신문기사 봤어요. 이 책 저도 강추해요.
/

[중앙일보 이지영] 청소년 소설의 ‘사각지대’를 건드렸다.

『꼴찌들이 떴다』(비룡소)는 실업계 고교생들의 현장 실습이야기가 골격이다. 성적은 바닥이지만 나머지는 평범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청소년 소설의 단골 소재였던 왕따도, 학교 폭력도, 10대의 임신도, 부모의 이혼도 없다. 갈등의 주 무대였던 학교와 가정이란 울타리를 드디어 넘은 셈이다. 자연히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아이들이 어른 세계를 함께 경험하면서 현실과 이면, 진실과 거짓, 삶의 고통과 기쁨에 새롭게 눈을 뜬다.

작가 양호문 씨는 이 작품으로 비룡소 주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독특한 설정은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서 나왔다. 양씨는 “대학 졸업 후 지방의 소규모 건설회사와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 편의점 경영, 입시학원 강사, 신문사 지국 총무까지 다양한 직업을 두루 겪었다”고 말했다.

그의 폭넓은 인생 경험과 실제 공고에 다니는 아들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요. 성적표를 받아올 때마다 ‘꼴찌’라고 비아냥거렸죠. 그러다 생각을 바꿨어요. 사실 청소년들의 70∼80%가 비주류 아닌가요?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자기 반성의 계기를 주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죠.”

책 줄거리는 이렇다. 공고 3학년생 재웅·기준·호철·성민이에게 실습 기회가 왔다. 신이 나 회사를 찾아갔는데, 산골마을의 고압송전철탑 공사 현장으로 내몰린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 그 곳에서 아이들은 막노동판과 농촌의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이야기의 오지랖은 참 넓다. 환경 파괴와 기업의 세습경영, 수입 소고기와 농산물 도둑 문제, 심지어 삼청교육대까지 등장한다. 던져놓은 생각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열린 결론도 책의 특징이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면서, “A급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끝낸 마무리가 독특하다. “어른 세계에 들어갈 아이들에게 앞으로 질풍노도 같은 삶이 펼쳐진다는 것을 암시했다”는 작가. 유쾌·발랄한 문체의 아기자기한 청소년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참신하다고 느낄만한 작품이다.

이지영 기자
▶이지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ylee71/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중앙일보 모바일 포털

니검마 2011-06-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