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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이 지역 장흥 출신으로 얼마 전 작고한 저자의 모습을 그려 본다. 이 지역 고흥 앞 바다 소록도에 있는 나환자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든 작품이다. 저자 말대로 소록도와 소록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과 소설의 이야기는 실제 다를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지만 그러나 한 작품이 쓰여질 때 그 배경이 되는 곳의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관련 인사들을 만나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현장 답사를 하는 등 역시 작가들의 부지런한 열정의 모습이 더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고흥 앞 바다에 있는 소록도의 모습과 나환자(=문둥병, =천형, =한센병)들에 대한 여러 심리와 현황 등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어 유익하였다. 특히 소록도에 수용되고 있던 나환자촌을 둘러싼 지배자와 환자들 간에 일어나는 여러 갈등의 순간들과 화합하기 위한 모습들도 일부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소록도 병원 원장으로 취임하는 현역 대령인 조백헌이 그곳 환자들에게 새로운 천국을 만들어주기 위해 득량만 매몰 공사에 착수하여, 그것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이십 일 개월 동안의 나환자들과의 싸움과 매립 공사를 둘러싼 구개월 간의 조원장의 정신적 방황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조원장이 결국 섬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후에 삼월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소록도에 되돌아와 이 년 후 사월에 미감아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를 맡는 것을 그리고 있다. 바로 조원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람은 보건 과장이었던 이상욱과 조원장과 당당하게 맞서는 황장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문기자로 들어오는 이정태이다. 보건 과장인 이상욱은 조원장이 천국의 건설이라는 결과로 자신의 명예나 과시욕의 대가로 전 원장인 주명수 처럼 결국에는 동상을 세우지 않을까하는 비판적 시각으로 원장을 대하고 있으며. 황장로는 바로 득량만 매립 공사시에 나환자를 대표하는 임무로써 조원장에 당당하게 맞서며, 이정태 신문기자는 소록도의 여러 모습들을 조용히 마무리 짓기 위해 종합적으로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인간 역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인 막강한 현역군인인 지배 계층과 인간소외의 섬 소록도와 그 곳에 수용 중인 천형이라는 나환자들인 피지배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으로써 그 두 변수간의 잘 파악하는 자세로 대하면 훨씬 더 이해가 잘 되리라는 생각이다.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