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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박범신 저의 [두근거리는 고요] 를 읽고
먼저 작가 등단 50주년 기념작, 산문집 2종 동시 출판을 축하드린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작가도 표현했다 싶이 소설쓰기는 늘 흘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면서 먼 것과 가까운 것, 영원과 찰나, 그리운 것과 부족한 것들이 내 안뜰에서 매일매일 격렬히 부딪치고 껴안고 또 아우성치며 찢어졌고, 더러 황홀했고, 자주 무서웠고, 많은 순간은 끔찍했다.
영영 익숙해지지 않았다면서 단 한 번의 미친 연애로 시종해 온 것 같은 세월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면서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소설’을 펴내는 자리가 아니라 에세이집을 내기 때문에 작가 생활 5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조금은 인적 없는 봄 강을 따라 오래오래 걸으면서 스스로 강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하는 바람’ 박범신의 높고 깊은 산문 미학! 일상에 대한 성찰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책, 고요 속에 일렁이는 문학에 대한 순정한 갈망을 느낄 수가 있다.
아마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박범신 작가를 잘 알 것이다.
나 또한 저자의 책을 그리 많이 접하지는 않았으나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또끼와 잠수함] [흉기]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 방] 등,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외등]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주름] [소소한 풍경] [당신] [유리] 등 다수가 있고,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힐링]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명지대 교수, 상명대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으니 중견문학인으로서 단단한 위치를 지니고 계신다.
등단 50주년을 그 소소한 의미를 담아 두 권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 <순례>를 내놓았다. 그 중 이 책≪두근거리는 고요≫와 인연이 되었다.
이 책은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했던 것, 펜클럽 ‘와사등’ 홈페이지 등에 쓴 소소한 것들을 모았다.
소설의 경우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더 온전히 드러나니 자못 수줍다.(4p)고,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부끄러움을 살짝 비친다.
그만큼 산문은 소설보다는 알게 모르게 작가의 성향이 은근 드러나기 때문이다.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 ‘와초재’ 이야기에서 시작해, 작가로서 빼놓을 수 없는 ‘문학 이야기’, 우리들 인생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세상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엮어져 있다.
‘와초재 이야기’를 통해서 다정스런 고향이야기와 부모님을 떠오르게 하고, ‘문학 이야기’를 통해서는 작가님의 삶 자체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가본다.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고, ‘세상 이야기’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과 지도자의 덕성과 바른 자세를 역설한다.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나 친근하게 마음으로 다가온다.
모든 문장들이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작가님의 삶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잘 엮어놓은 듯 하여 정감이 가고 바로 고개가 그냥 끄덕여진다.
비록 서울에서 떨어진 논산 와초재에서 작품생활을 하시는 작가님의 최근 생활모습이시지만 건강하심을 바탕으로 더 멋진 작품을 기대해본다.
수많은 열성팬들과 그 동안 길러낸 제자들의 열렬한 성원이 있기에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작가님이라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