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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으로 - 영국 UCL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 앤서니 데이비드의 임상 사례 연구 노트
앤서니 데이비드 지음, 서지희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2월
평점 :
앤서니 데이비드 저의 [심연 속으로]를 읽고
먼저 책 제목 이름인 ‘심연 속으로’라는 말이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주제와 어울리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정신적인 병은 육체적인 병에 비해 주로 마음적으로 훨씬 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들어 할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그 원인이나 치료 과정이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정신병 질환이 현대사회에 올수록 사회변화가 급변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섭식 장애 등 정신 질환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저자인 앤서니 데이비드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이자 런던 퀸 스퀘어 국립 병원의 정신 건강 의학과 명예 고문 의사다.
28년간 영국 최고의 정신 의학 기관인 런던 모즐리 병원의 정신 건강 의학과 고문 의사로 일했다.
왕립 외과 협회, 왕립 정신건강 의학회, 영국 의학회의 회원으로서 600개가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학술지 〈인지 정신 건강 의학〉과 도서 『리시만의 기질적 정신 의학』의 공동 편집을 맡았다.
이 책은 저자가 바로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에 관한 정신 건강 전문의의 진료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는 널리 알려져 있는 조현병, 우울증에서부터 진단명조차 생소한 전환 장애, 긴장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이 구체적인 사례 및 전문의인 저자의 임상 기록과 함께 실려 있다.
각 챕터에는 특정 정신 질환의 ‘심연’ 속에 빠져버린 환자들이 등장한다.
도파민 과잉이 원인인 조현병과 도파민 부족이 원인인 파킨슨병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제니퍼,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후 자신의 부인이 진짜가 아니라고 믿게 된 패트릭,
모든 건강 징후나 수치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에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전신이 마비된 크리스토퍼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정신 질환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이와 같이 정신 질환 환자들은 보통의 환자들과는 더 어려움 속에 처해있는 것이다.
마음도 몸과 같은 의학적 치료를 해야 낫는다.
이제 보통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상당히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을 개인의 유약한 멘탈 탓으로 돌리고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하거나, 정신의 병을 신체의 병과 의학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두고 고려하지 않거나, 정신병을 금기시하며 투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조심하거나, 투병 중인 당사자나 주변인에 대해 함부로 낙인찍기를 서슴지 않는 등의 잘못된 관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잘못된 정신 질환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로잡고, 정신 질환 및 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경 과학적 및 사회적 차원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즉, 이 책은 단순히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증상뿐만 아니라 환자가 살아온 삶 전체를 조명하고 나아가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까지 진단과 치료의 범주에 담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짚어줌으로써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전기 경련 요법, 경두개 자기 자극술 등에 관해 다룸으로써, 정신 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및 상담 기법 외에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여러 가지 의학적 시술과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솔직히 우리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전혀 알 수가 없는 정신 질환자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진정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뭔가 정확하게 알았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도 주변에 이런 질환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이 책을 통해 얻는 정보를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다.
“앤서니 데이비드의 이야기는 끌림이 있고 그의 어조는 놀라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어서 신경과 전문의이자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에 비견할 만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구나 예기치 못하게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아주 깊은 골짜기 끝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뉴욕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