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저의 『조선 천재 열전』 을 읽고

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신정일 저의 『조선 천재 열전』 을 읽고

천재라고 하면 보통 평범한 사람과는 뭔가 달라도 다른 특별함을 지녔거나 타고난 사람으로, 아니 특별한 재능을 갖고서 그 시대를 뛰어 넘는 뭔가를 보여주는 업적을 남기거나 창조적인 삶을 보여준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손에 꼽을 천재로 기억하는 인물로 우리 역사에서 솔직히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나 자신의 아주 단편적인 모습으로 아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도 여러 제한적인 요소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늦었지만 조선시대 500여년의 역사에서 시대를 변화시키며 명멸해간 조선의 천재들!

고독과 고난 속에서 꽃피운 역사적 소명과 창조적 삶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을 갖게 된 역사 기획물을 만날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천재를 만나기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역사 기획물을 만나기도 절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저작물을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이며, 사단법인‘우리 땅 걷기’이사장으로 도보답사의 선구자인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으로 유명한 역사문화학자 신정일이‘천재’의 의미를 묻는 도전적인 질문을 품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시대의 벽을 뛰어넘은 조선 시대의 진정한 천재 9명을 불러내,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을 삶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그동안 겉으로만 알던 모습을 내면 진면모까지 알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저자가 그 동안 직접 발로 몸으로 전국 산하를 다니면서 습득한 산 역사체험의 발로의 공로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조선 천재 열전』은 우리 역사 속에서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어 보여준다.

또한 도보여행가로도 유명한 저자답게 한국 역사 속 천재들의 진솔한 삶의 궤적을 실제로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대의 천재 상을 도출해내는 새로운 형태의 역사 기획물이기도 하다.

『조선 천재 열전』은 시대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여러 천재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자신의 천재성을 알면서도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음을 너무 일찍 깨달아 좌절한 비운의 천재 문사 매월당 김시습,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율곡 이이,

피바람 부는 정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정철,

성호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이산해,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대부분 실학자들이 재야에서 활동했으나 그들과 달리 국가적인 사업에 자신의 지식과 학문을 마음껏 발휘하여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조선 후기 역사지리학에 큰 족적을 남긴 실천적 지리학자 신경준, 유배지에서 훌륭한 저술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다산 정약용,

제주도의 쓸쓸한 오막살이에서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김정희,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황현까지 9명이다.

여러 천재들의 삶은 대부분 평탄치 못했다.

어쩌면 고독한 가시밭길을 걷는 게 천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의 질곡에 휩쓸리는 가운데 절망과 좌절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보시키려 노력한 인물이야말로 조선왕조의 개혁가들이며 진정한 천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