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수영 지음, 박수연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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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오랜만에 시집을 대한다.

왠지 시는 나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하면서 뭔가를 깨어나게 하거나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오랜만에 시집을 대한다.

주로 요즘에는 에세이나 인문학 계통의 책들을 편하게 읽고 있다.

그런데 손에 들어온 김수영 시인의 시그림집이었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그림집 간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동안 말로만 귀로만 들어왔던 김수영 시인의 귀한 시집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도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발행된 특별 시그림집이니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 많은 시인들이 있지만 김수영 시인도 어떤 시인 못지않게 특별한 시대를 안고 살아야 했던 그래서 더욱 더 사회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시인이기에 관심이 더 갔다.

1921년 김수영의 탄생부터 1968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가 살아야 했던 현실은 항상 그의 힘보다 압도적이고 격렬했던 시간이었다.

우선 해방 이전 식민지 착취의 시대를 일본 유학과 만주 이주의 경험으로 통과했고, 한국전쟁 폭력의 시대를 거제리 포로수용소에서 보냈다.

독재 억압의 시대에는 민주주의와 민족사에 대한 큰 외침을 토하기도 했다.

식민지-전쟁-독재라는 역사의 갈퀴가 시간 속에서 삶을 할퀴고 있을 때, 김수영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역사의 상처들을 자기만의 온 몸을 사르는 언어로 펼쳐놓았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뜯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기도>의 일부(135p)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린다/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눈>전문(229p)

김수영은 시와 자신의 삶을 완전히 일치시키려는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시와 함께 투쟁했으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간 시인 김수영.

그는 아쉽게도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삶과 현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김수영의 시 정신에 우리가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수영 시인은 1957년 한국시인협회상 제1회 수상자가 되었고, 1959년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춘조사)을 출간했다.

2021년 올해가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의 대표적인 시 80편과 국내 대표적인 화가 6인이 시를 독창적인 해석과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낸 그림을 더 극대화 한 시그림집이 간행되었다.

독자들은 시를 읽는 즐거움과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통해 기존에 출간한 시집과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시와 함께 살고 투쟁하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갔던 김수영 시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볼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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