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운 저의 『사림, 조선의 586』 을 읽고
지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대권 후보자를 향한 적임자가 되기 위한 자기 합리화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선택과 심판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이란 것을 후보자들은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을 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시대와 현대사의 대한민국에서도 한때는 불가능할 때도 있었던 것이다. 주인인 국민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런 시대가...
‘누가 대한민국을 ‘후조선’으로 만들었는가?’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정치부-사회부를 거쳤다.
대학원까지 역사 공부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자 생활 15년의 절반을 정치부에서만 보냈다.
저자는 현 집권층에 대한 경고와 분노를 토로한다.
명분과 도덕을 앞세워 집권했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후조선’같이 신분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부와 학벌과 계급이 세습되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앞에서는 너무나 당당하면서 중국 앞에서는 움츠러들고,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 집값을 폭등시키고, 가붕개로 만족하고 살자면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화려한 스펙을 쌓아주기 위한 모습들에서 조선 왕조시대 무능한 양반 지배층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고려 권문세족들의 부패를 비판하며 자신들을 차별화했지만, 조선을 성리학 세계로 바꿔놓은 뒤에는 자신들만의 특권과 이권을 챙기는 데 몰두했다.
오직 중화주의에 빠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상업을 죄악시하며 나라 전체를 가난하게 만들고, 무인을 천시해 국방을 약화시키고, 신분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노비는 늘리고, 자신들의 특권을 대대로 보장해줄 ‘성스러운’ 족보 만들기에 골몰했다.
조선 초기는 신분제도 느슨했고, 여성의 재혼도 인정했으며, 국방력을 중시했던 역동적인 시대였지만 조선을 바꿔놓은 것은 바로 사림이었다.
《소학》의 가르침을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자 했던 원리주의자 사림 세력은 조선 건국에 반대한 정몽주를 성리학의 종주로 만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후 정계 주도권을 장악한 사림은 실력이 아니라 절의를 기준으로 세워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세력은 ‘소인’이나 ‘사문난적’으로 몰아붙였다.
또한 ‘중화(中華)’를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 망한 명나라의 복수를 해야 한다며 나라 전체를 이념화, 교조화 시켰다.
현실의 난제들을 생각하다보면 역사의 그때를 떠올리며 혜안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과거에서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를 바라게 되는 현실에 대해서 다시금 크게 눈을 뜰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림, 조선의 586”이 되어서 책에 대한 몰입도가 더 커졌다.
이 책에서는 과거 역사의 그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그래서 과연 그네들이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를 면밀하게 살펴보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이와 같은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백성들은 과연 무엇을 얻고 또 힘들어 했는가에 대한 것에 마음을 쓰면서 생각하고 또 지금의 경우와는 어떻게 다르고 또 무엇을 반영해볼 수 있는가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 특별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