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 집콕족을 위한 대리만족 역사기행
박시윤 지음 / 디앤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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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윤 저의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를 읽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잘 짜인 구도 위에 교리를 바탕으로 빈틈없이 세워진 가람도 훌륭하겠지만, 역사에 기록도 없이 사라진 것들의 흔적을 만났을 때의 전율은 쓸쓸함과 신비함이 뒤섞여 작용했다.

눈 감고 스스로 세우는 가람과 그 속에 나를 위해 거룩하게 세운 교리는 무기한으로 심취할 수 있는 안식처였다.’,

‘속계 밖의 세상은 낙원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곳이 내 삶의 안식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일 들고 나는 바람이 가벼웠으므로 질리지 않았다.

있었으되 사라진 곳, 오래되고 낡은 것, 거칠고 둔탁한 것, 찌들고 병든 것, 허물어지고 쇠락한 것….

유별스럽게 찾아다닌 곳은 죄다 한 곳으로 향했다.

나는 조금씩 아름다운 소멸에 물들고 있었다.’라며 저자는 어느 날 잡지에서 우연히 보았던 한 장의 사진에 마음에 동했다고 한다.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눈보라 속에 서있던 탑 하나, 그게 전부였다.

탑이 서 있던 곳은 바로 옛 절터부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의 방향은 바로 정해진 것이다.

너무너무 멋진 저자만의 행로에 매료가 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 누가 이런 파격적인 떠올림과 바로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그것도 현재는 폐사지로서 흔적이나 약간의 표석들만 남아있는 곳을 찾을 생각을...

불교는 고구려 때 들어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까지는 호국 신앙으로 큰 역할을 하였지만 조선에는 약간 위축이 되기도 하였지만 약 1천70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 신앙뿐만 아니라 생활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할 수 있다.

지금도 유명 사찰은 물론 크고 작은 수많은 사찰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절터만 해도 4천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상당수의 폐사 지는 사유화되거나, 무분별한 개발과 경작 등으로 사라졌고 훼손되었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라도 기록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자는 사진을 찍고, 문헌을 찾아보며, 정돈된 언어로 몇 번을 찾아가면서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 직접 손으로 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한 것이다.

저자는 동해안 국도 7호선을 선택하였다.

남북 분단을 가르는 155마일 철책 선으로 가로막힌 북쪽 끝 강원도 고성을 시작으로 남쪽 끝단 부산에 이르는 467.9km 관통 도로인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2년 동안 둘러 본 절터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책에는 동해안을 따라 한때는 흥성했던 경주 감은사 등 23개의 사찰에 대한 이야기와 아쉽게도 지금은 가볼 수 없는 땅에 위치한 2개의 사찰인 북고성 유점사 터와 고성 적곡사 터를 다루고 있다.

같은 땅인데도 자유롭게 가볼 수 없는 비극적인 북쪽의 한반도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부처님의 원력으로 이를 자유롭게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본다.

저자는 말미에 자신의 걸음을 깃털에 비유하여 깃털처럼 가볍기 때문에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바람에게 내 발목을 꺾지 말고 바람과 함께 잇대고 잇대어 일어나는 바람으로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해주라는 원을 이야기한다.

바로 북쪽에 있는 사찰에도 바람처럼 자유롭게 날아가서 이런 멋진 기록들을 다음에는 남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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