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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전건우 저의 『고시원 기담』 을 읽고
올해는 가장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본다.
물론 익숙하지 못한 분위기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별의별 도전을 해보지만 역시 자연적인 시도 앞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이 대개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습도 영구적이 아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서늘한 가을의 멋들어진 기온이 다가오니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한편으로 이런 폭염, 열대야의 여름철을 보내는 한 방법으로 독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각기 나름대로 다른 방법들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좋은 책들을 골라서 여름철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멋진 하나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좋은 인생의 한 단면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 일면으로 여름철 읽을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해본다.
한 평짜리 작은 공간인 쇠락한 고시원으로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이며, 그 곳에도 우리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고시'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시험이다.
법관이 되는 사법고시와 최고 공무원이 되는 행정고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는 곳이 고시원이다.
내 자신도 한때는 법학과에 적을 두었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꿈을 꿔보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 많은 고시원 중에서 1990년대 서울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이 배경이다.
처음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공'자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현재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뭔가 출발은 저가 전략으로 잘 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 낙후로 떠나게 되었고, 서너 차례 주인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고시원이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거주한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고시원을 배경으로 하여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의 여러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다채롭게 전개가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고, 사건과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내 만들어 낸 그래서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맘껏 돌아다니게 되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런 내용들은 왠지 고시원이라는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펼쳐진다.
따라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정신없이 임하게 만든다.
'인간'과 '관계' 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 공동체와 도시적 삶에 대한 의미 깊은 질문을 던진다.
고시원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주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 작가는 평소에도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존재와 따뜻한 관계의 중요성의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는 매우 생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