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진중권의 철학 에세이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진중권이라는 작가의 저서는 일단 저자 소개가 거의 필요 없어서 좋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지만 검색하면 일단 신상파악은 되고 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아마도 그의 트위터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매체에서 보여지는 진중권의 모습과 책을 통해 만나는 진중권의 모습은 다르다. 이 이상한 불일치 중 호감을 갖게하는 모습은 아마도 책을 통해 만나는 철학적 사유를 그려내는 진중권이다.


 마음대로 주체의 분열을 언급해서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철학적 글쓰기 역시 분열적이고 가끔은 포토 몽타주를 보는 듯 하다. 생각의 지도라는 언어로 표상되는 생각의 전형적인 모습을 매핑한다는 시도, 기술 자체가 또한 흥미로웠다.


 또한 학술적 글쓰기보다 이러한 글쓰기에 더 익숙해져서 이질감이 없지만 오히려 학술적 글쓰기의 세계를 보면 갇혀있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자유로운 이야기를 내놓으려면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사태를 언급할 수 있어야 한다. 매핑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각의 생성, 혹은 짜임이 기대치를 높였다.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내 기준에 맞다.


<생각의 지도>는 cine21에 게재되는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의 2번째 책이다. 전작은 <icon>이었다. icon이 떠올리는 아이디어의 간단한 구조를 말해준다면, 매핑이나 콜라주 같은 이미지의 결합을 글쓰기에 적용한다는 상당히 구체화된 방법론을 책 제목으로 삼은 듯 하다.


 글들은 재밌게 읽힌다. 아이디어는 있고 나에게는 얻을 것도 많다. 현대 철학자 중 들뢰즈, 푸코, 데리다에 대한 설명도 새롭게 읽히는 부분이 있어서 좋다. 저자 역시 좋아한다던 글은 책을 읽지 않고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이다. 전공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 역시 써먹은 방법인데 이에 대해 죄책감을 덜게 되었다.


 물론 철학적 기본 지식이 없다면 쉽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움에 놀라는 사람과 낯섦에 놀라는 사람 모두를 충족시키는 글쓰기였는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새로움을 찾아헤매는 독자인 나에게는 재밌는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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