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 로쟈의 책읽기 2010-2012
이현우 지음 / 현암사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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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궁금증을 미리 상당 부분 해소시켜주는 서평꾼이 있다. 서평꾼이라는 어감은 이상하지만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현우는 이름에 걸맞는 서평 및 글들을 내주고 있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책을 읽을 자유>,<그리고 책읽기는 계속 된다>는 그의 서평집들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지 얼마 안되지만 서평을 모은 저자가 책을 내는 일은 이 사람이 최소한 책으로 남길만한 글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로쟈 이외에 서평이 궁금한 사람은 장정일이다. 나중에 꼭 읽어보고 비교하는 재미도 생길 것 같다)

 

 그의 첫 번째 서평집은 나에게는 좀 충격이었다. 책을 마구 사들이는 관계롤 최소한의 구매를 지향했던 나에게 서문만으로 바로 책을 구매하게 만들었다. 클래식이라는 말의 어원과 진정한 클래식의 의미를 그가 가진 지식과 일본의 어느 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들려주는 고전의 다시 읽기의 묘미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서문에 끌려서 나머지 부분을 읽었지만 솔직히 쉽게 읽히지 않았다. 대중서적은 거의 없으며 지젝이나 러시아 문학작품을 열거하며 영화까지 나오니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야말로 험준한 산을 등반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전 도서에 비해 상당히 쉽게 잘 읽히는 이번 서평집의 특징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나의 독서력이 조금 향상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그가 꿈꾸는 독서력을 가진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여 150권 읽기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보다 그거 써내는 글들은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서 친절해졌다.


 주제는 역시 인문학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루며 인문학, 정치, 정의, 삶, 책 중독자 등 주제에 관한 글로 분류가 깔끔하게 되었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그의 또 다른 저작인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는 이러한 서평이 따로 문학이라는 주제로서 분권된 느낌이다. 철학자의 서재에 관해서나 우치다 타츠루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통해 좋은 입문서를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소개 때문에 곧 읽을 예정인 이런 책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오프라 윈프리가 그녀의 TV쇼를 통해 소개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렸다면, 그의 책 소개는 나의 구매욕과 독서욕을 자극한다. 


 그의 서평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은 지식의 정확한 전달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서평 스타일이 강한 사람도 좋지만 담백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영향력이 크다. 그리고 번역서를 넘나들며 꼼꼼하게 오류를 찾아내는 끊이지 않는 독서습관에 대해서도 감사하다. 도대체 시간을 얼마나 들여서 책을 읽어내는 지 궁금하다.


 다양한 책들과 그에 더하여 일반 현상과 개념을 설명하는 솜씨 때문에 책을 보면서 끊임없이 적어야했다. 어떤 책은 빌려보다가 너무 내가 얻고 싶은 지식의 밀도가 높아서 결국 사버리게 되는데 이 책도 아마 그럴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과 비슷하게 알았던 것을 확인하며 쉼없이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해 동안 화제를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다른 저서에 대한 소개와 정의론에 대한 간략한 글 역시 추천하고 싶다. <닥치고 정치> 역시 나도 읽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역시 시차를 느끼게 해준다. 올 한해의 책으로(당시로서는 2011년) 꼽았던 닥치고 정치와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역시 내가 스쳐지나갔던 책들이라서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책을 많이 읽는 도인의 이미지라 그런지 책에 관한 질문들을 유독 많이 받을텐데 한 장의 끝이나 시작 부분에 첨가된 인터뷰의 내용 역시 늘 궁금했던 것이다. 답변 역시 인상적이라 챙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지젝 전도사라 할 수 있는 그의 지젝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인상 깊다. 굴광성과 지젝에 대한 선호의 비유라니 색다르다. 지젝의 강연도 다녀왔지만 참신한 비유를 드는 그의 답변과 당뇨와 틱 장애가 있는 걸로 아는데 꽤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태도 이외에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로쟈의 지젝에 대한 열광에 선뜻 손을 들 수가 없다. 지젝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다. 


서평꾼의 책을 읽고나면 거의 모든 서평 대상이 줄줄이 나를 괴롭힌다.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인데 또 다른 산을 만났다. 그래도 수 만 가지의 책이 나오는 때 신뢰할만한 안목을 갖춘 서평가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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