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 세계명작을 고쳐 읽고 다시 쓰는 즐거움
이현우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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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습관처럼 개론서나 입문서를 읽게 된다. 이제는 직접 1차 문헌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래도 친절한 저자나 번뜩이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안내는 끌리게 된다. 내가 혹시 직접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을까봐 그렇다. 전공 서적에 대해서는 이런 죄책감 및 자기합리화가 동시에 일어나지만 문학에 대해서는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다.


로쟈라는 웹 상의 이름이 가진 이현우라는 저자에 대한 소개는 많이 한 감이 있지만 알라딘 서재에서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에 관한 상세한 도서 소개와 페이퍼가 영향력이 큰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학자이기 때문에, 학자의 눈으로 보는 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어서 그의 블로그에 종종 들른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전공자의 전문분야를 녹여낼 수 있는게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서평집을 발간하며(최근작은 2012년에 나온<그래도 책읽기는 계속 된다>이다) 또는 슬라보예 지젝의 저서와 안내서를 발간한 그가 세계문학을 쓰게 된 것은 내게는 반가운 일이다.


 세계문학이라는 주제보다는 로쟈의 세계문학에 끌려서 책을 읽었다. 청소년 독자에게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데미안>,<호밀밭의 파수꾼>을 넣은 것 같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아닌 <폭풍우>에 관한 겹쳐 읽기나,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흔치 않게 상세한 자료 해설을 통해 접하게 되어서 좋다. 세계문학이 주는 압박감으로 인해 걱정이 되었고 이전의 저작들은 글이 상당히 쉽게 읽히지는 않았는데 이번 책은 매우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1부에서는 개별 작품의 소개와 겹쳐 읽기로 다시 읽고 있다. 고전은 다시 읽는 것이라는 말에 동감한다. 감상적인 소개보다는 딱딱하지만 다양한 자료와 번역본에 대한 소개로 최대한 편견 없이 각 작품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포커스는 아니었지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르반테스의 삶과 진실을 알지만 또한 무모하게 믿음을 가지는 반 영웅적인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했다.


2부에서는 세계 문학에 관한 이론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작품 나열 수준에 아니라 더 나은 읽기를 위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 것이 이 책의 특이성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가라타니 고진의 민족-국가이론이 응용되며, 괴테의 세계문학, 마르크스의 세계 문학 등 이전 시대의 혹은 동시대의 사람들이 행한 고민을 들을 수 있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대립항, 그리고 현재 민음사를 선두로 하여 일어나는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비판보다는 애정이 담긴 소개도 들을 수 있다.


 세계문학을 위해서는 더 나은 번역본, 공들이고 고민한 번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산층의 부르주아적인 독서취향을 만족시키든 어쨌든 간에 일정 수준의 독서력과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독자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번역으로 인해 매력을 상실한다면 안타까운 기분이 들 것 이다. 전공서나 기타 번역서를 보면서 외국어를 못하는 내가 원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역에 놀라게 된다. 책에서 역시 이러한 점을 꼬집고 있다.


2부의 글들은 저자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것이라 상당수는 겹치는 내용이 있지만 저자의 서문에서는 각각이 독립된 글이기 때문에 수록했다고 한다. 나로서는 한 번 읽어서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글에서 이해했다. 세계문학에 관한 각종 이론들의 소개와 정리를 보면서 저자의 정제된 필력에 고마워하게 되었다. 각 작품을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다시 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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