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가? - 서른 살의 선택, 한비자에서 답을 찾다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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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이라 해서 한비자를 꼭 읽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은 후에도 뚜렷이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서른 살이 마주하는 상황이 아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난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정한 미래와 무한 경쟁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달리 해야할 이유를 말해주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세에 해답을 내놓았던 한비자의 이야기를 들어도 좋을 것이다.


 한비자에 대한 오해는 흔히 비정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비유되는 그의 이론은 직접 마주한다면 아마 한비자가 지독한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유가철학이 주장했던 인과 예를 중시한 통치보다 세, 법, 술을 통하여 시스템에 의지한 통치를 말했던 것은 지금에서도 유효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미리 고민했던 바는 그래서 지금도 읽혀질 가치가 있다.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노부부를 위해서 인의를 중시하는 사람은 당장에 자신이 타던 수레를 주어서라도 그들을 위할 것이다. 유학자들이 바라보던 세상은 이렇게 군자가 통치하는 세상이 가져오는 사람다운 세상이었지만, 한비자는 그러한 즉각적인 행동이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설파한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다리를 직접 건설하는 것이 바르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보다 더한 복잡한 상황을 지나치는 우리라면 한비자가 의지했던 총체적이고 시스템에 의지한 사고의 중요성과 효과를 실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가끔 마주하는 비정한 이야기조차도 그의 맥락을 따르자면 이해가 된다. 순간의 정에 이끌리기보다 냉철한 현실판단을 바탕으로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한 그의 이야기는 그의 비극적인 죽음과는 반대로 현대의 후세들이 탐독하는 고전이 되었다. 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느냐는 도발적인 제목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비자에 담긴 지혜를 보고 사유해보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들 중의 일부는 중국 고전을 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서고에 묵힌 지혜라기 보다는 우리가 놓친 새로운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춘추전국시대에 느꼈던 비정한 세상의 움직임에서 떠오른 한비자의 지혜는 서른 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그래서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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