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혹은 의견을 설명해야 할 때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같은 질문을 받을 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질문들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져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냐는 소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선생님에게 퍼붓는다면 이상한 학생으로 찍힐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답변을 생각하지도 또는 누군가에게 캐묻지도 못했다.


 꼭 알고 싶은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은 가끔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을 제시한다. 사람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당연하게 느끼면서도 또한 논리적으로 설명할 책임을 느꼈다. 그러나 너무나 막막했다. 이 책은 그러한 나의 막막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또한 당황스런 질문들을 제기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답변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꼼꼼함 또한 철학책다워서 자꾸 들여다보게 하는 구석이 있다. 서문에서 말한대로 철학은 눈을 열고, 고로 '나'를 연다는 것은 이 책의 목표이자 철학이 가지는 매력이다.


 33가지의 주제는 형이상학, 마음, 논리, 법, 정의 등 우리의 생각이 논의되는 영역을 고루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지루한 철학자의 이야기라서 매력이 반감될지는 몰라도 오히려 책 안에서 보여주는 예화나 질문들은 마음을 찌르는 데가 있다. 이러한 질문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질까? 25번째 이야기인 흉한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해서는, 아동성폭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범죄자나 사이코패스에 대해 왜 우리가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책 제목은 19번째 이야기에 나오지만 각 주제 모두 재미있다. 논리적 함정을 통해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방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예술가의 행위와 페인트공의 행위를 묘하게 가르는 경계를 이야기한다. 또한 33번째 성찰하는 인간에 관해서는 이 책을 읽는 나 자신의 인생에 관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면면을 읽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철학에서 놓치는 신경학적 변화의 의도성을 이야기한 5번째 꼭지 헤엄치고 있는 것인가? 가라앉고 있는 것인가?가 재미있었다.


 책 뒤에 참고문헌이라고 무겁게 포함되어 있는 부분은 저자의 설명과 함께 훨씬 접근가능하게 세심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책을 읽고 흥미를 느낀다면 더욱 확산적인 생각과 독서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책은 보기에는 별 거 없을 것 같아도 삶의 군데군데에서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의 고민이 딱히 개별적이지도 않고 보편적이며 또한 공통의 고민이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기 보다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또한 나는 그래서 생각하게 하는 책이 마음에 든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표현들

 

역설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의 결론이 명백히 틀렸음이 밝혀지기 때문이다(서문). 


당신은 어떤 신경학적 변화를 의지로 일으키지 모산다

우리는 그런 변화를 직접 일으킬 방법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신경학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은 안다.

신경학적 변화는 우리의 행동이 아니다.

(5번째 꼭지 우리의 모든 행동에 의지가 개입되는 것은 아니다)


다마스쿠스에서 사울은 바울이 되었다

게으른 논증(결정론을 일컫는 고대 그리스문서),케세라세라,우리의 영향(86쪽)


사람인가 쥐인가-인간의 양면성을 꼬집는 표현 (111쪽)

트롱프뢰유(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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