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 다이어리 2 시네필 다이어리 2
정여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시네필 다이어리 1이 나에게는 흡족하였다면, 이 책은 조금 더 넓은 주제를 말하지만 조금은

동어반복으로 들린다. 그래서 1편에서 느낀 감정의 기대치만큼을 동일하게 느끼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철학과 영화를 절묘하게, 솜씨있고 흡인력 있는 글 솜씨로 이어가는 저자의 능력만큼은 대단하다고 느낀다. 이번에 느낀 것은 저자의 영화선택과 다소 생소한 사상가의 이론도 만날 수 있는 새로움이 역시 적절하게 어우러진 듯 하다. 


 1편에서 느낀 감정을 왜 못느꼈을까 생각해보면 수많은 인상깊은 구절이 아마 내 삶과는 다소 다른 분야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다양한 면을 찾는 1편의 주제와는 달리, 2편은 좀 더 다양한 삶을 찾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1편에서 거의 다 찾았다. 


 이번 2편에서 공감을 얻었던 것은 자아를 잃어버렸지만 자신의 몸을 통해 그 강렬한 메시지를 다시 찾아내고 고뇌하는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의 이야기였다. 기억속에 있는 자아를 찾기를 원하지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과거와의 연결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직면해야 한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 내게 기억에 남는 것은 이 구절이었다.



'기억 상실'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 속 주인공들 곁에는 '그들이 잃어버린 바로 그 기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타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도움 혹은 방해 긑에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된다. 즉, 기억 자체를 찾지 못해도 기억에 상응하는 '타인'이 그 기억의 빈자리를 메워준다. 기억, 혹은 기억의 대체제를 찾을수록 주인공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p.25




 나만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그 잃어버린 공간은 타자로 인해 새롭게 구성되어지고 창조되어진다. 홀로 마주하는 것보다 타인과의 부딪힘, 감정의 공유, 함께함이 풀어놓는 다양한, 이 세상에 존재할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한 권의 책보다 더 강하게 기억되고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의 창조적 파괴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두 미디어가 가지는 양가적 가치를 다시 한 번 절묘하게 보여주는 시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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