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김정운 교수가 쓴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히는 것이다. 교수가 으레 폼을 잡듯, 어려운 문어체를 안 쓰고 때로는 어법도 파괴하며 일상 용어를 쓰기도 한다. 말을 이어가는 재주 하고는 아줌마들 못지 않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여진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로 아마 신드롬을 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도 좋았다. 한국에서 없었던 부분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그가 쓴 모든 저서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본 열광>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사소하고도 별 학문적 논의 가능성도 없어보이는 하얀 빤스나, 불륜, 세로쓰기 등의 키워드로 깊이있는 논의를 학자의 언어로 부담스럽지 않게 몰고가는 솜씨가 좋았다. 단순히 나쁘다 좋다가 아닌 생각해 볼 만한 새로운 소재를 말해주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놓치지 않는 이번 저서를 보며 기대를 많이 했다.


이 책은 그가 이전에 말했던 문화심리학적 기술행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상당 부분의 에피소드나 논의는 내가 읽었던 '노는 만큼 성공한다'나 '일본 열광'에서의 흥미있는 이야기와 겹친다. 그래서 새로운 독자는 재미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재미는 있었으나 조금 아쉽다고 느낀다. 결론 부분에라도 남자의 물건에 관한 종합이나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좋았을텐데 10개의 물건만 보고나니 조금 허하다. 그래도 책의 주제에 관해 납득가는 것은 그가 TV 예능 <힐링 캠프>에서 이야기 한 한국 남자의 문제를 조금 들어서이다.


 그래도 그가 써온 저작들의 제목을 살펴보니 그의 책은 내용이 아니라 사회에 화제를 던지는 데 있는 것 같다. '노는 것'의 문제나 '결혼'에 대한 이중심리, 그리고 남자를 상징하는 물건이 없다는, 한국 남자의 감정적 소외를 물건으로 매개해서 이야기하는 이번 책까지, 글솜씨가 문제가 아니라 화두를 만드는 능력을 참 뛰어나다. 그리고 꼭 필요한 논의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남자. 그 자신도 포함되는 그 주제는 가부장적 사회라고 느끼는 여성의 입장에서 그들 감정의 소외를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회식 문화나 일자리에서의 유리장벽, 취업을 시도할 때 느끼는 여자라는 스펙의 불리함 등을 생각해보면 남자들의 세상이라고 느끼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물건까지 독차지하려고 하는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을 섬세화시키지 못한, 특히 이상한 근대화를 겪은 이 사회에서 한국 남자는 외로울 수 밖에 없다. 화장품, 옷, 향수 등의 여성이라면 하나 쯤은 애정을 품을 물건조차 없다는 것, 감정을 쏟을 물건이 필요하고 그 물건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소박한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설렘에 대해서 많이 공감한다.그리고 신영복 교수가 참 인상깊은데 책을 읽다보면 꼭 표지를 다시 보게되는 일이 일어난다. 굳이 이 책을 찾은 것은 베스트셀러가 1순위이고 이 책은 '어떻게 잘 썼을까'하는 이야기꾼의 솜씨가 목적 2순위였다. 새로이 찾은 것은 이 사회의 문제를 문화심리학으로 분석해 내놓은 탁월한 의제 설정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후 직위를 던지고 그가 주장한 '노는 사람'으로 돌아가 고독해질 그가 내놓을 다음 책도 궁금해진다. 고독해져야 글도 잘 쓰는 것 같다. '일본 열광'처럼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 들어 가던 때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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