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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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알게 된 것은 '도시 디자인'을 검색하면서였다. 도시 디자인에 관한 검색어에 걸린 책 치고는 추상적인 철학책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한 공간의 생산물이 철학이라는 것이 꽤 설득력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책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많은 철학책, 입문서들은 철학을 역사의 관점으로 본다. 동시대의 철학자들, 특히 서양철학자들은 국가를 횡단하며 다양한 사상을 동시에 쏟아낸다. 특히 현대철학은 그렇다. 하지만 과거 동시대의 철학을 이해하기에는 공간의 역사, 시간의 역사로 보는 것이 어느 정도 일치된 관점을 부여한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복잡다단한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도 또한 새로운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첫 장이 논리실증주의를 다룬 비엔나였다는 것이다. 첫 도입부분에 나오는 다양한 개념어들이 어려운 것은 책의 책임은 아니고 나의 독서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그래서 읽기를 관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몇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이어나가면서 본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68혁명이 일어났던 파리 낭테르 대학을 통해서 본 포스트모던의 시대, 구체적인 공간을 설정하지 않아서 색다른 실재의 귀환, 인본주의를 외치며 예술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생각의 틀 또한 그 근저에 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한 플라톤 철학의 반격이 일어난 피렌체의 르네상스, 합리주의 철학을 품을 수 밖에 없던 자유로운 흐름들이 모인 암스테르담, 경험주의 철학의 새로운 삼총사를 발견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근대 경험주의 철학까지. 첫 고비는 어려웠지만 그 다음의 철학들을 철학사에서 딱딱하게 담았던 철학 이야기를 다른 맥락에서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은 공간의 역사, 동시대의 역사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많이 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2권과 함께 읽으면서 이 책보다 2권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속된 시리즈를 가진 책은 첫 권의 완결성이 후속된 책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예외이다. 


애초에 이 책을 접하면서 가진 도시 디자인의 결과물이 아닌, 도시를 디자인한 힘을 보여주는 철학을 아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도시들을 경험하면서 가지는 형태에 대한 경이감보다 더 깊고 재미있다. 이러한 내용을 미리 아는 것도 아마 유럽 여행을 하면서 철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는지 새로운 상상을 하면서 가지는 배경지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우리의 공간을 살피는 날카로운 생각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철학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받은, 근대를 20세기에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어떻게 우리의 생각으로 이 도시를 바꾸어나갈지, 과연 우리의 철학이 이 도시에 반영되고 뚜렷이 기억될 황금시대의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중인지 책을 넘어선 생각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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