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NERD라고 비하하면 조금 그렇겠지만 영어권에서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를 nerd라고 칭한다.

예를 들면,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일 것이다. 공대 나와서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기이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괴짜들이다. 특히나 주인공 중 한명인 쉘든은 nerd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되기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가장 인간다운 것은 어떤 것인가?

 

위의 질문들은 아마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형이상학으로서 인간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며

고대 그리스 시대의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가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인간으로 돌리면서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지속되어온 끝나지 않은 질문들이다.

 

 철학이 계속해서 고전한다면 과학은 이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줄지 궁금했다. 마침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줄만한

nerd가 이 책을 썼다. 많은 이들도 비슷한 욕구를 가진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권위있는 매체의 추천으로 억지로 읽기보다는 확실히 흥미로운 주제라서 관심이 가는 게 맞다.

 

 앨런 튜링을 아는가? 영국의 천재수학자였던 그는 우리의 주위를 떠도는 유령 혹은 기호가 되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가 자살할 때 백설공주의 죽음처럼 깨물었다던 사과의 모양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의 CI가 되었다. 우리는 애플을 통해 창조와 혁신의 이미지를 본다. 또한 앨런 튜링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창안한 지적인 컴퓨터의 지능을 알아내는 '튜링 테스트' 또한 생각해낼 것이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과 컴퓨터가 물리적 상호접촉이 배제된 공간에서 서로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인간이 전혀 상대방이 컴퓨터인지 모른다면 "기계가 생각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한다는 이야기에서 현재까지 인간의 지능을 만들기 위한 인공지능이 거쳐야 할 테스트로 여겨진다.

 

 튜링 테스트의 의의는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만들까라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그것은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인공지능 개발의 연구성과가 발전하면서 존 뢰브러는 이에 대항하여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보여주기로 한다. 저자는 뢰브너의 이러한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꽤 nerd같지 않은가?

 

 지식을 아는 것은 또한 직접 행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진다. 우리가 인간이기에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흥미롭고도 사소한 부분까지 책의 주제가 된다. 적합한 맥락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도중에서 알게되는 과학적 지식 동시에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에서부터 시작된 심리철학의 주제까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만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실려있다.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의 끝이 어떻게 될지 책이 출간된 이후에도 주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연 인간다움은 우리가 인간의 모든 면은 모방함으로써 완성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다움은 우리가 끝끝내 완성하지 못할 미지의 면을 담고 있을지 즐겁게 지켜보면 될 것이다. nerd가 알려주는 인간다움에 대해서 철학이 아닌 과학자의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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