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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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클래식보다 클라시쿠스라는 생소한 단어에 눈길이 갔다. 이 책의 머릿말에서는 고대 로마의 여섯 등급으로 나뉜 시민 계급 중 최상층인 클라시쿠스를 클래식과 동행하는 사람들,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클래식과 더불어 행복한 사람들 7명이 자신과 함께한 클래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서문을 읽자 마자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읽은 클래식에 관한 텍스트가 생각났다. 클래식의 라틴어 어원인 클라시쿠스classicus는 사실 함대라는 의미의 명사 클라시스classis에서 파생된 형용사이다.

 

집합체 클라시쿠스라는 형용사는 로마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국가를 위해 군함을 그것도 한 척이 아니라 함대(클라시스)를 기부할 수 있는 부호를 뜻하는 말로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켰다. 다시 말해서 전쟁과 같은 긴급한 어려움에 처한 국가에 큰 도움을 주는 재력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클라시쿠스와 클래식은 어떤 관계인가?  국가적 위기에 함대를 기부할 수 있는 상황을 개인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인생의 큰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신적인 힘을 주는 책이나 회화, 음악, 연극 등을 통칭한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 p.28


그래서 나는 새롭게 클라시쿠스의 어원적 의미를 통해 내가 느끼는 위기 속에서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함대를 그려보게 되었다. 특히 위기나 인생이 침잠하고 있다고 느낄 때, 이러한 클라시쿠스 혹은 클래식이 내게 늘 힘을 준다면 다시 삶의 생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7악장을 각각 연주하는 클라시쿠스들 중에서 나는 유정아씨의 아버지에게서 그러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딱히 위기는 아니지만 삶의 늘 한 부분을 클래식과 함께 하셨던 그 분의 이야기에서 짠해졌다. 유정아씨가 말해주는 어릴 때의 지긋지긋한 클래식도 많이 공감이 갔다. 


 이 책은 클래식으로 인해 다양한 인생 이야기, 그러나 악장이 연주되는 것처럼 다른 시작점에서 클래식이라는 도착점을 향해 다분히 움직이는 7명을 만날 수 있다. 다 다른 캐릭터라서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시키고 공감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 아나운서, 기자, 피아노를 다시 찾게 된 연주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고급 문화를 내보이고 싶어한다는 클라시쿠스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깼다. 그들은 정말 클래식을 사랑하고, 클래식에서 함대가 자신을 향해 움직여주듯 한 위안을 얻은 진정한 클라시쿠스이다.


 특히 유정우씨가 말하는 '알면 아름답게 들리는 클래식에 대한 통설'에 반기를 든 부분이 인상깊다. 클래식을 알아서 이해가는 학문이나 어려운 철학책도 아닐 것이다. 이성이 아닌 부분으로, 즉각적인 반응과 감정의 변화로 알아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알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은 클래식이 가지는 진정한 즐거움의 의미를 많은 사람으로부터 앗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 악장, 그러니까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들이 추천하는 클래식 명반과 음악을 추천받는다. 본문 중에도 다양한 연주자의 차이나 클래식을 사랑하는 그들이 느끼는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아직 클래식 용어나 음악에 대해서 생경한지라, 많이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느껴지는 클래식에 대한 사랑만큼 이해할 수 있다. 


 저자들은 KBS FM 클래식 채널에 연을 스친지라,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게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명반을 유투브로 라디오 채널로 좋은 음반으로 만날 수 있다. 인생과 클래식을 마주한 사람들이 느끼는 희열과 감동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누구나 공유할 수 있으니 한 번 쯤 눈을 감고 느낄 차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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