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나의 성장을 이끌었던 것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공포스러워했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너무 빨리 알아버린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이라든지 혹은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느꼈던 나의 비슷한 그림자를 가진 타인의 파멸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낀 것이 내 기억에는 이 2번의 경험들이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어두운 과제에 매몰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 속에 쌓여진 이 책을 다시 들추면서 내가 했던 생각을 누군가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 칼 구스타프 융


저자인 로버트 A. 존슨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융 연구소에서 수학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신분석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사이에 유럽이나 영미권에서는 그의 후계자이자 반역자인 융 역시 못지 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양 수업을 들을 때 해외에서 가지는 프로이트의 위상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만큼의 세력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난해함을 위안받으려 했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고 기존 책의 3분의 1 정도이다. 구성도 매우 간결하고 그러나 핵심적이다. 저자가 영성(융의 심리학은 다 이러한가?)과 심리학 이론을 연결시키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기독교만은 아니다)와 종교성을 언급하기 때문에 완전히 학문적인 중립적 태도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영성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하지만, 읽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빛이 있는 만큼 나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 그 크기 역시 동일하다는 것에서 인생에서 그림자에 숨어버렸던 순간들이 이해가 되었다.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그림자를 이해하고 시소에 앉은 것처럼, 메사 위에서 쿠르난데스(남미의 카톨릭 겸 샤먼 성직자)의 행위처럼 우리가 빛과 그림자를 통한 모순이 아닌 역설로 나아갈 때, 창조적 파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기 힘든 말마저 위안이 된다.


 상식적으로 혹은 경제학적 기회비용의 개념으로도 납득이 가능한 나의 그림자는 문명의 옳고 그름의 재단 속에서 배제되고 숨겨져왔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버리기도 한다. 이 그림자의 존재를 깨닫고 시시때때로 해소하며 파괴와 창조가 가지는 양면성을 이해하고 한 부분으로 인정한는 방법에 대해 세세한 예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예는 나오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왜 액션과 폭력 영화를 좋아하는지, 사람들이 미디어나 패션에서 느끼는 폭력적이고 기괴한 모습에 끌리는 또다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근대 이후로 이성이 모든 것을 밝혀주리라는 계몽 프로젝트의 유토피아에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백인 남자만을 위한 것, 또는 그 외의 여성. 노인, 성적 소수자, 부랑인들을 배제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나치가 유대인에게 투사하듯 그림자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지난 역사의 교훈에서 좀 더 지혜로워질 것을 요구한다.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는 종교나 신화가 메꾸어주는 이성의 빈 틈, 그리고 예술의 아름다움, 감성과 또한 착하지 만은 않지만 인정해야할 우리의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인식만으로도 새로운 방식의 삶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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