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우석훈, 그의 이전 활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가 만든 용어 하나는 기똥차게 20대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88만원 세대, 유럽에는 100유로 세대가 있다지만 아무튼 그의 그 용어에서 알 수 있는 20대의 비참한 현실은 점점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한 몫을 했다고 본다(그래서 그가 이번에 한미 FTA 항의로 결정한 절판 소식은 정말 아쉽다)

  

그가 내놓은 에세이집은 그래서 생각보다 더 소박한 제목이다. 1인분 인생이라니, 식당 메뉴가 떠오르는 그의 책은 이 사회에서 1인의 몫을 충분히 다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을만 하다. 물론 그가 '나는 꼽사리다'에 출연하면서 얻은 인기도 한 몫을 하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 더 자세히 알게되는 그의 단상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유할 만 하다.


 그가 가진 경력은 다양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경제학에 뛰어든 그는 파리 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UN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맡기도 했으며, 현대에서 근무를 하기도 하며 공직에 있기도 한 다양한 조직의 삶을 맛본 사람이다. 한 때 정부에 몸담았을 때, 그가 결정하는 예산의 액수가 1조원 대라고 하니 과거의 권위에 젖어도 할 말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가 그 자리를 내려놓고 아무도 관심을 안가지는 비주류중의 비주류 인생을 살면서 그는 고달파졌지만 그의 인생은 1인의 빛나는 인생을 하게 된 것 같다. 그의 부모님의 전형적인 우파로, 조선일보를 신봉하는 세대이기도 해서 만약 그가 우파 인생을 살았다면 호위호식 했겠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힘겨운 길을 걷는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러한 이유를 듣게 되었다. 


 또한 이 책에서 프랑스 학자나 그가 경험한 대학에서의 새로운 이론들을 듣게 되는 것도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들 중의 하나였다. 디디에 앙지유didier anzieu라는 프랑스 심리학자가 이야기한 피부적 자아 lemoi-peau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개념이다. 테제는 생물학적으로 우리 자신을 구분하는 것은 피부로서, 피부 안은 자기 그리고 피부 바깥은 나 아닌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규정하는 피부를 갖지 못한 이들은 사회적 존재로 사회적 피부를 남이 이미 만든 피부를 자기 것으로 빌려쓰는 미성숙함을 보인다. 


 국가를 피부로 인식하는 사람, 혹은 기업 이나 자기가 있는 조직의 피부를 빌려 자기 자신으로 인식한다는 것에서 한국 사회에서 이해 못했던 계급배반적 행위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된 것 같다. 혹은 다른 사람은 자신이 걸치는 것을 사회적 피부라 생각하는데 자세히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유통자본의 힘에 지배당해 마케팅 사회의 피부를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들에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추천하며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자존심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그가 경험한 다양한 조직과 해외 경험으로 우리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눈을 엿볼 수 있다. 우리보다 2배는 더 노는데 소득은 4배 높은 노르웨이나 밥 먹는 것 조차도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낯선 우리나라의 현실은 조금 충격이었다. 우리는 이제 매 시간 초과근무로 생산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단계를 넘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해주는 이야기로 우리의 방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외에도 다양한 화제의 이야기거리는 읽는 동안에 어려움 없이 쉽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또한 그가 외치는 소리가 그동안 많은 공감을 얻지는 못했더라도 이제 그가 내는 목소리에 공감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경제학자가 한국의 전문가에 대해 굉장히 불신하는 이야기를 해서 놀라웠다. 그는 사회가 시키는대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는 이가 전문성도 제대로 못갖추었다고 말했는데 이와는 달리 우석훈은 그 경제학자가 비판하는 주류에 속하지 않기도 하지만 자기가 가는 길에 애정을 갖고 달려온 듯 하다. 앞으로 그가 달리는 그 길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믿고 따를 사람이 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가 기존 사회에 가진 짜증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은 것 같다. 한 강연회에서 그가 짜증 섞인 소리를 해서 놀란 적이 있는데 그의 눈에 비친 현실의 부조리함이 너무나 명확해서 그런 것 같아서 그를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