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런던은 많은 이들의 기억의 의외로 추억의 장소, 로망으로 꼽힌다. 파리처럼 우아한  이미지를 풍기지는 않아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런던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국의 화려한 뉴 테크놀로지와 실용성을 바탕으로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화장품, 가방, 의류를 생산해내는 파리, 밀라노, 그럼 런던은?


 런던이 나에게는 로망인 까닭은 런던은 아마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복잡하지만 잘 인식되는 언더그라운드 맵, 격자형 도로와 거리는 아니어도 거리마다 이름이 붙어있어 찾기 쉽다. 또한 걸어서 당도하는 장소마다 편히 쉴 수 있는 광장, 갈 데가 정 없어도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공원 또한 멋진 휴식이 된다. 그래서 낯선 이에게도 어려운 도시가 아닌 편하고 정겨운 도시다.


 이런 런던에서의 기억, 혹은 관광이라 할지라도 그 기억을 되살리는 이미지는 분명 런던 디자인의 힘이 묻어 있다. 그리고 저자가 기억해내는 런던도 삶을 기반으로 한 여러 이미지와 이야기를 되살린다. 나같은 외국인이 접하기 힘든 내밀한 디자이너의 이야기, 혹은 공방, 박물관도 그의 안내를 통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미지만 신기한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말해주는 저자의 목소리도 반갑다.


 내게 좋은 책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가 맨 마지막에 다시 서울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디자인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정원의 열려있는 공간, 그곳을 찾아오는 새들과 풀들에서 영감을 받고 디자인하는 누군가를 통해 우리에게 오랜 시간 주어진 일상이나 전통을 이야기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런던 디자인은 아마도 우리 삶 속에서 캐내는 보물찾기 놀이 같았다. 현재, 미래, 과거조차 과거의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찾기 힘든 서울에서 디자인의 끈이 되어줄 무언가를 새로 발견해내기는 힘들다. 디자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보이는 숨어있는 무언가이다. 그래서 런던의 디자인들을 그런 면에서 부럽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디자인서울 사업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에 이 서울의 어느 것을 모두를 위한 디자인 자산으로 보존해야 하는지 그 가치를 조용히 되새겨보는 일이 되어야한다. 


 나도 디자인은 새롭게 유용성을 인식해야한다는 딱딱한 인식에서 누군가를 웃게하고 미소짓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디자인은 행복해게 해주는 누군가의 눈에서, 배려와 친절 속에서 꽃피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저자의 글 속에서 새로 떠올리게 되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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