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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 서울 -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13개국 1000여 가지 미식 컬렉션
민은실 외 지음, 장진영 사진 / 쌤앤파커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이제 더 이상은... 책장 넘기기가 무섭다.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13개국 1000여 가지 미식 컬렉션', '다이닝 가이드북'... 이런 말을 보았을 때 멈췄어야했다. 500여 쪽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음식의 향연. 저렴한 길거리의 맛부터 고급스런 코스 요리까지. 식욕이라면 세상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이 온 건 웃지못할 비극과도 같았다.
<다이닝 인 서울>은 세계 요리에 대한 가벼운 바이블이다. 가볍다함은 단 500쪽 안에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요리의 세계를 넣어두었단 의미다. 바이블이라함은 단지 맛집에 대한 줄줄이 소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요리에 대한 스토리를 풍부하게 조화시켰단 의미다.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일본, 중국 요리를 메인으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베트남, 인도, 터키 등의 이국적인 요리들도 보는 이를 유혹한다.
'미 식 감 동'은 책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메시지다. 음식을 즐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자 요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미: 아름답고 품위 있게 즐겨라
식: 머리로 알고 몸으로 이해하며 먹어라
감: 혀끝의 감동에 집중하라
동: 최고의 음식을 향해 당장 떠나라
늘상 간단히 빨리 적당히 식사를 때우고 마는 현대인들에게 이 네 가지 요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책은 친절하다. '미식감동'을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춰 우리 앞에 내주었다. 나라별 혹은 주제별로 요리에 담긴 역사와 기본적(이지만 알지못했던) 상식, 해당 요리나 재료, 조리법, 대표 음식 등을 소개한다. 모르면 그저 한끼 식사일뿐이다. 그러나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아는 순간, 먹는 것은 즐거움과 감동이 된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닌 맛과 멋을 즐기는 사람이 된다. 편집진이 엄선한 맛집의 정보도 함께 실려있으니 남은 일은 즐거운 기대를 갖고 찾아가는 것뿐이다.
주목적이 정보 공유에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에세이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이 포함되어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어나가도 무방하다. 그러나 <다이닝 인 서울>을 보다 맛깔나게 즐기고 싶다면 마구읽기를 추천한다. 차례를 보고 원하는 나라, 원하는 요리를 찾아서 읽는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요리 혹은 음식적은 메모해두었다 직접 맛보러 가는 즐거움도 만끽하기를 바란다. 음식이란 그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입 속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빛나므로.
이제 <다이닝 인 서울>과 함께 똑똑하게 맛을 즐기는 멋쟁이가 되어보자. 어서 먹어보라며 속삭이는 세계 각지 요리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뱀꼬리
다이어트중인 분들께는 양심적으로 비추. 화려한 혹은 수수한 모습을 뽐내며, 수를 가늠할 수 없이 펼쳐지는 요리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 끊임없이 입 안에 고이는 침. 사진만 봐도 배불러가 아니라, 사진만 보니 더 미치겠더라는 후일담. 그럼에도 식도락가라면 하나씩은 꼭 쟁여둬야 할 책이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