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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 우주 탄생에 대한 비밀인데 말이지, 태초에 우주자가 있어 수많은 구슬을 만든 다음 생기를 불어넣어 우주를 만들었대. 그 중 마음에 드는 하나의 우주를 만든다음 복사, 붙이기, 복사, 붙이기를 반복해 지금의 거대한 우주가 탄생했단 말씀. 설마 우주자가 컨트롤C와 컨트롤V로 우주를 만들었겠어? 다 내 얘기지. 그런데 아뿔싸. 주머니에 구슬이 네 개 남았네? 그 구슬 네 개로 인간을 만들었단 말이지. 두 개로는 남자의 고환을, 두 개로는 여자의 유방을 만들어 숨결을 훅-."
(소설 속 표현을 그대로, 말투는 조금 각색했음을 밝힙니다. !)
요따위 재기발랄한 우주 탄생 비화를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젊은 작가가 한국에도 있었으니, 김중혁이다. 톡톡 튀는 사고방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인공 이름은 모노레일이며, 사건의 배경이 되는 볼스무브먼트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볼을 숭배하는 교라니, 아멘대신 통이라 외치는 신자들이라니!) 게다가 반칙을 거듭해서 이기는 모노레일 게임이라... 그의 상상력의 끝이 어디인지 심히 궁금해진다.
소설의 범주는 살짝의 SF를 가미한 모험. '헬로 모노레일' 게임의 개발자 모노레일이 새 게임 연구 출장차 유럽에 간 사이 사건은 터진다. 동업자 고우창의 아버지이자 회사 이사인 고갑수가 회사 돈을 들고 날라버린 것. 고갑수를 쫓는 고우창과 모노레일 무리는 볼스무브먼트란 사이비교의 비밀스런 행적을 쫓게되는데. 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로의 끝은 어디로?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때마다 범접할 수 없는 상상력을 뽐내는 김중혁 작가가 <미스터 모노레일>로 돌아왔다. 대놓고 환타지로 빠지진 않지만 일상이란 주춧돌 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말도 안되,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이거 왠지 있을법 한 일 아냐?란 물음을 머리에 떠올리게 하는 매력은 이번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한번 열면 멈출 수 없어~란 어느 과자 광고 카피처럼, 그의 소설도 한번 시작하면 '끝'이란 글자를 볼 때까지 무한히 달려야한다.
그런데 스읍. 너무 기대하고 달려온건가? 뭔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을 때의 찝찝함. 이 뒤로 이야기가 더 있어야만 할듯한 아쉬움. 후다닥 정리해버려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을 때의 어색함. 정신없이 달려오던 속도를 미춰 늦추지 못해 급브레이크 땡긴 느낌이었다. 새로운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공포영화에서 마지막 3초_귀신의 재등장씬마냥 진부했지만 나쁘진 않았다고 고백하는 바.
이랬거나 저랬거나, 김중혁의 새로운 이야기가 또 기다려지는 걸 보면 그가 천부적 이야기꾼이란 사실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다.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픈 책 혹은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