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글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히고 남을까? 재미있고 유익하고 아주 논리정연하게 써 내려간 글일까? 독자에 대한 사랑 아니 경의를 가진 글이란 무엇일까? 책을 통해서 수많은 독자들과 대화하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글로벌 시대이지만 아직까지도 영어가 대세인 지금 영어권 독자들의 구미를 맞추지 못하면 세계화에 실패하는 지금 어떤 작가가 그러한 담을 뛰어 넘을까? 저자가 2012년에 써낸 책을 이번에 우리나라말로 번역되었다. 저자가 마지막 강연을 책으로 발간하였기 때문에 14번의 강의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있다. 단순히 글을 써 내려가는 형식이 아니라 직접 강의를 듣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물론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모국어의 발전 없이는 영어나 제 2외국어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어차피 지적창조성은 모국어에서 나오고 새로운 단어들도 모국어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는 단순히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상대의 의중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추는 글이 아니다. 이런 글은 생명력이 없는 잘못된 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표현한 대로 우리의 모어가 앙상해져 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식민지의 다른 한 형태 아닌가 싶다. 저자는 나름 잘 쓴 책이라도 독자와 공감하지 못하면 읽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단지 문화가 다른 것을 떠나 지향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아예 다른 경우도 있다. 단순히 그 단어에서 나오는 이미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글쓰기에서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독자와 내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나아가 저자가 가상의 독자와 하나가 되었다(동일화) 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스캐닝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곧 공중에서 나를 포함한 전체 풍경을 볼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저자는 창조성은 불균형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는 끊임없는 투쟁(?), 노력에서 나온다는 말이리라. 그래서 저자는 글 쓰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체력이라고 말한다. 처절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이 글로 쓸 수 없다는 것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나긴 여정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지적인 수고와 노력은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 가고 오는 세대에 대한 자그마한 경의의 표일 것이다. 우리 인생은 가지만 내가 남긴 글은 어딘가에 오롯이 남을 가능성이 있다.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날지 아니면 쓰레기 취급을 받을 지 그것은 아마 지금 흘리고 있는 땀방울에 의해서, 가상의 사람을 향한 따뜻하고 사랑이 담긴 글에 의해서일 것이다.

오랜만에 강의를 들었다. 많은 것을 소화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글쓰기에 대해서 특히 일본인들의 그것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어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가 언급한 ‘액자의 틀’, 전문 용어로 메타 메시지라고 한다고 하는데 인상 깊었다.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소원이 생겼다. 우리의 글도 세계에 많이 알려졌는데 조금 더 알려지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의 마음을 넓혀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