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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평점 :
우리가 알고 있는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오만 원 권의 화폐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를 고려해 제작하였다. 남편에 대한 훌륭한 내조로 이이를 조선의 대학자요 정치가로 만들었고 네 아들과 세 딸을 훌륭하게 키운 영재교육의 선두주자였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유교문화에 묻혀 남편의 내조와 자녀 교육에만 몰두하지 않고 어느 사대부보다 학문에 열심이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능을 위해 헌신했던 훌륭한 예술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녀는 양가 부모님을 극진히 모셨지만 제도의 틀 안에 갇혀 한 남편의 아내로만 아이들의 어머니로만 살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던 조선시대에 몇 안 되는 여성 예술가였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치게 사임당을 현모양처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인식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그가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잘 모른다. 그에 대한 연구가 일천하다.
저자는 왜 우리가 그녀를 단편적으로 알게 되었는지 역사적인 사실들을 통해 설명해 준다. 조선시대 남성중심의 사회를 거치면서 일제의 황국식민화를 통해 교묘하게 그녀는 이용되어 왔다. 오늘날도 그 잔재로 우리에게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대표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녀가 살던 16세기까지만 해도 아직 성리학의 영향보다 고려시대의 전통적인 결혼제도가 더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사위를 데려가 키워서 결혼시킨 데릴사위제도의 흔적들이 남아 여자가 시집을 간다는 표현보다 남자가 장가를 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기였다. 그녀의 작품세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예술가로서의 사임당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 그녀의 진면목을 저자를 통해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개인을 정치적으로 또는 시대적으로 영웅시하여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국가적인 그리고 민족적인 의식도 필요하지만 개인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 근대적인 제국주의 사고이리라. 한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 신사임당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여권신장이 많이 되었지만 아직도 한 구석에서는 남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사임당처럼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면들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