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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
오다시마 유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올 해가 셰익스피어의 4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지난 23일(한국시간 24일)에 현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의 인생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어서 그가 썼다고 하는 38편의 극과 154편의 소네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3,000개의 단어와 표현들을 만들어 영어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연구에 몰두한 일본의 오다시마 유시가 펴낸 셰익스 피어의 인생의 문장들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어떤 분의 이야기처럼 셰익스피어는 작가가 아니라 심리학자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그의 글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생을 이야기하고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위안 그리고 인생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세계인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익힌다는 그의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저자는 총 10개의 작은 장들에 제목을 붙였다. 예를 들어 1장은 사랑의 기쁨. 2장은 사랑의 슬픔 등으로 나누어 아름다운 문장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문장들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 쉽게 풀어 놓아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처음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대하거나 그의 세계를 살펴보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본문의 한 부분을 살펴보면 베로나의 두 신사의 제 1막 제 2장에 나오는 일부분이다. 프로티어스와 서로 연정을 품고 있는 줄리아가 시녀 루세타에게 여러 남자들에 대해 물어본 다음에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친절한 프로티어스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루세타는 “그분이야말로 최고죠” 그 이유를 묻는 줄리아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유를 물어도 저에게는 여자의 이유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여자의 선택의 조건은 좋아하니까 좋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로 정의 내린다. 대부분 남자들도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허세를 부릴 뿐이라고. 저자는 자신이 대학생이었을 때 다도 선생을 반세기이상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고 한다. “왜 매주 이런 차 모임 같은 거를 하는 거야.” 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에 ‘정신 수양이 되니까.’ 이 때 저자는 잘라 말합니다. “정신 수양이 안 되었잖아. 아직도 촐랑거리고 말이야.” 그러자 이번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몸에도 좋아서야. 비타민 c도 보충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다시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 이유뿐이라면 그렇게 번거로운 의식은 안 해도 되잖아?” 그러자 또 다른 대답이 나옵니다. “(좀 더 오래 생각하고)게다가 차를 좋아하는 사람하고 친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제 저자가 결말을 짓습니다. “그건 알겠는데, 결국 좋아하니까 하는 거 아냐?” 이에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즉시)그럼.” 저자의 집요함이 드러나는 모녀의 대화가 재미있다.
실제로는 이러한 책들을 둘째가 아주 좋아한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안절부절 하면서도 기어이 책을 펴들고 있다. 생각은 하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내용을 이런 위대한 작가들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해 준다. 이런 글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에 잠시 빠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 아니면 이별의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때 등 잠시 바람이 쐬고 싶을 때 이런 글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