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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보자기와 가방을 소재로 ‘싸다’, ‘넣다.’ 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고 여기에서 평면과 입체라는 공간을 보며 옷과 상자를 생각해 내는 저자의 창조적 사고, 융합적 사고가 빛을 발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보자기가 애초에 이러한 사상을 갖고 출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와 중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보자기는 가방과는 확실히 다른 물건의 이동수단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각 나라에서 보자기의 용도는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보자기를 다양하게 썼다. 물건을 싸 두거나 책가방으로도 옷장으로도 사용하였다. 일본은 주로 목욕할 때만 사용했던 것 같다. 중국의 보자기는 삼국 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고 그 쓰임도 다양하고 수호전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원래 일본어로 1989년에 쓰여 졌고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일본의 보자기 곧 ‘후로시키’에 관한 예와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고 문장을 이해하는 것에서도 조금은 어색함이 있다. 그렇지만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은 조예와 작은 것을 시대 문제와 결부시켜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저자의 매서운 눈은 알아주어야 한다.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해가고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 가는 가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역사의 증인의 삶이 될 것이고 이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의 동양과 서양을 이해하는 폭이 상당히 넓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그의 생각이 많이 들어 있어 현재의 그의 모습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2-30년 전 그가 어떤 생각을 하였고 일본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 (물론 정치·경제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본어 원문도 뒤에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와 경제에 치우쳐 있지 않는지 돌아볼 때가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의 정치와 경제가 선진국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우리 것을 오히려 잃어버리고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나 싶다. 좀 더 품격 있는 것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누리고 공유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