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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현대인들은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고 흔히들 말한다. 너무 복잡한 사회구조와 격변하는 환경으로 인해 순간순간 두려움에 빠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다 보니 불안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불안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발전하는 것은 불안 때문이고 적절한 불안은 우리를 강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우리 몸은 불안을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만들어 졌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불안증환자다. 본인 스스로가 말했듯이 극도의 불안증을 느끼며 살아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식에서조차 극도의 불안감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었고 본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했다. 이 불안감이 단순히 유전적인 요인일까 아니면 사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날 서양 사회에서 특히 미국에서 이 불안증이 감기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저자는 특유의 예민함과 집요함으로 이 기나긴 지적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외가 쪽의 병적인 불안증을 가진 가족들과 아버지의 좀 다른 불안증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얼마나 많은 시도들을 했는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런데 이 불안증은 단순히 의학적 질환의 하나로 볼 수 없고 생물학적인 면과 철학적인 면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문화적인 영향도 사회적인 영향도 받고 가족 간의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환경의 요인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증을 여러 가지 각도로 치료를 시도하지만 온전한 치료는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통해 이 불안증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이것의 장점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리 시대를 앞서보고 대비하는 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미리 이 불안증을 완화시키거나 그 빈도수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고통을 덜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약물의 발달로 고통을 순간적으로 줄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으로는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은 더욱 약해져 가고 있지 않나 싶다. 말기환자들이나 도저히 참기 힘든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고통을 승화시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 까 생각해 본다. 저자의 엄청난 집중력과 지적 욕구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