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지개 - 언어학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의 무지개라는 제목으로 나온 고종석의 언어학 에세이집이다. 그가 썼던 글들을 모아 엮어낸 것이다. 1998년과 1999년에 몇 몇 출판사나 잡지에 글들과 2006년과 2007년 한국일보에 썼던 글들이다.

언어가 살아있다는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나는 서로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용할 수 있지만 나 이후의 아들들과 손자들은 할아버지와 소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일까? 표준어와 방언은 어떤 차이일까? 한글과 한자어는 병행해야 하나? 살아 움직이는 언어를 어떤 틀에 맞춘다는 것은 그만치 어려운 일 일 것이다.

중간에 저자의 스승에 대한 감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원히 스승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제자다. 그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가르침에 충실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김용옥의 전두환을 조롱하는 글을 대한 저자는 오히려 너무나 가볍다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약하게 표현하는 글이 우리를 다시 한 번 슬프게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의 글을 보며 우리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데 특히 서양 학문을 받아들일 때는 거의 의존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연구해서 썼던 글들을 우리는 거의 차용해서 썼다는 서글픈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물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한자를 버릴 수 없는 태생적인 한국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의 주장처럼 2000자 정도의 한자를 우리는 배워야 어느 정도 우리글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언어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의 삶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어디에 살고 있는 지 상위 계층인지 아니면 하위 층에 있는지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표준어의 강조는 딱딱한 언어를 만들기 쉽고 역차별을 가져와 민주주의에 반한다. 이것은 제국주의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언어 곧 방언은 각기 위치한 자리에서 치열한 삶의 결과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닐까 싶다. 10대들의 언어가 기성세대들의 언어와는 많이 다르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언어들은 때로는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가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저자의 품위 있는 글들은 가볍고 감정을 자극하는 글들이 난무하는 이때에 자그마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으면 새로운 귀한 보물들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를 가져다준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생각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더불어 갈 수 있는 마음에 여유와 품위를 가졌으면 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외적인 풍요로움과 더불어 내적인 풍년을 맞이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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