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여행에서는 이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산책에서는 생각한 만큼 보이는 것 같다. 저자는 11명과 함께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여행한다. 대부분 각 분야에서 관찰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보는 것들은 무엇이고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인내심을 갖고 보아야 한다. 서론이 상당히 길다.

19개월 된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산책. 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 엄마들만이 알 것 같다. 지질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무기질과 유기생명체 두 가지이다. 저자는 인간의 한계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람으로서 안고 있는 문제점 하나는, 다른 많은 조건들이 그렇듯 사람이라는 조건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웠다는 것은 그것에 얽매였다는 것이고 이제 다시 어린아이처럼 배우지 않는다. 글자 전문가와의 산책은 글자를 더 많이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자를 다르게 보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리라. 각각의 전문가의 눈을 통해 같은 환경가운데서 다름을 찾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으로 알아가는 어린아이처럼 우리 주변의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 것 같다.

개의 눈으로 본 동네는 어떨까? 그는 새롭게 동네의 건물들을 본다. 그가 이처럼 낮아져 보았을 때 자기 동네가 새롭게 보였다고 한다. 새의 집을 볼 수 있는 여유와 개의 냄새를 좇아 갈 수 있는 인내를 통해 그는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바쁜 삶. 무언가를 향해서 달려가지만 공허함으로 저 마치 가다가 주저앉아 있는 그들을 향해서 잠깐 쉬어가도록 권면한다. 내일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는 내일이 있을 수 있을까?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우리네는 아직도 민들레와 갖가지 풀들이 여기저기 아스팔트와 벽돌사이에 올라와 인사를 한다. 그들의 미소에 화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오늘의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이러한 눈을 가진 사람들을 본 것만으로도 인내심을 갖고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새로운 자세로 열심히 ‘보라’고 다시 한 번 권면한다.

삶이 이렇게 팍팍한데, 생각하면 할수록 내일이 보이지 않는데 한가롭게 산책하며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할지 모른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운동할 시간은 낼 수 있지만 산책하기는 힘들다는 우리네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저자의 무서우리만큼 뛰어난 관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가 새로운 눈으로 보여 줄 수 는 있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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