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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디 마이너스
손아람 장편소설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한 대학시절이었다고 말하면 요즘에는 욕을 먹을 것이다. 저자처럼 학생운동을 하고도 일할 수 있는 대학교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우리 주위에 그 꼬리표 때문에 직장을 갖지 못해 배외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 경사 아니 문 경위가 했던 말처럼 그 친구들이 더 나쁘고 악한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배신하며 자기가 올라서기 위해 친구들을 밀어내는 두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라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아무튼 그들이 아니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자는 자서전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학창시절을 써 내려갔다. 자신이 몸담았던 서울대 운동권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돌아보았다. 어찌 보면 선택받았던 그들의 모습이 아마 우리의 지성일 것이며 우리의 고위층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현실의 모습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범생이들 만의 모습이 아니라 그래도 역동적인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각 구석에서 그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보았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의 말은 소수의 말들일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정권이었기에 그래도 그가 고문을 받지 않고 그들의 말대로 진실의 게임을 했을 것이다. 최소한 그가 당한 것만큼은 후배들이 당하지 않도록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혈기왕성함으로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었던 것이리라. 마르크스가 문제가 아니고 공산당 선언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문제이고 삶이 문제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가 겪었던 아픔들은 시대가 변하는 소용돌이의 한 작은 단면들일 것이다. 아무도 지금과 같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시대가 되었고 우리는 신뢰의 대상을 잃었다. 저자가 과거 자신의 삶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던 아픔들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는 어쩌면 삶을 위해 자신이 싸웠던 그 자본의 본거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쪽은 새로운 세상을 위해 다른 길을 갔다.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했던 길을 간 사람은 그렇게 소수였다. 모두 자기 길로 갔다. 그렇게 만나기 힘든 마음을 안고 그들은 살아간다.
마지막 군대를 향해 가면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삶이고 이마저도 못한 이들은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둔 채 오늘도 묵묵히 살아간다. 이것이 삶이라고 속으로 되 뇌이면서.
마음 한 구석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 남는다. 그들만큼 치열하게 살지 못했고 시대와 공감하지도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에서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이기에,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기에 먼저 앞서 간 이들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고맙고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