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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로 읽는 명시 100편
박영만 지음 / 프리윌 / 2012년 3월
평점 :
패러디로 읽는 명시 100편
박영만 지음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들을 패러디하여 웃음을 주는 저자의 뜨거운 가슴과 명쾌한 두뇌가 잘 드러난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어느 코미디나 개그에도 뒤지지 않는 환한 웃음을 가져다준다. 그가 말하는 정갈한 웃음을 맛 볼 수 있다.
총 3장으로 나누어 국내외의 시들, 시조까지도 패러디에 동참했다. 먼저 명시를 소개하고 패러디 시를 적어 놨다.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명시를 감상하고 또한 패러디 시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새우깡에게 바치는 노래 이런 식이다. 한 단락을 소개한다.
고구마여 / 고구마여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 너는 여름 내내 땅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 ~
새우깡이여 / 새우깡이여 /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너는 알맞게/ 고소한 맛과 짠 맛의 농도를 조절하며/ 자극적인 맛을 점잖게 거절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는 아내가 바가지를 긁을지라도 로 패러디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
아내가 바가지를 긁을지라도 / 화를 내거나 집을 뛰쳐나가지 말라. / 마음속 고난을 참고 견디면 / 크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리니 / ~
만약 러시아 사람들이 이 시를 읽는다면 뭐라고 할까? 물론 비웃겠지만(그들하고 우리는 문화가 다르다. 부부싸움을 하고 남자가 집을 나가는 경우보다는 쫓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일단 양해를 구하고 크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시를 여유 있게 읽고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놓치고 있다. 아이들도 입시공부에 시달리다 보니 소설이나 드라마는 자주 보지만 시는 읽는 것은 부담스러워 한다. 이번 기회에 실컷(?)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가장 오래된 표현인 시는 절제된 아름다움과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저자의 말처럼 소리와 얼굴로만 웃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까지도 웃을 수 있는 시들이 주옥같이 담겨져 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 낭송하는 시 잔치를 벌여도 좋을 성 싶다. 시골에 내려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두 모여 좋아하는 시와 패러디 시 한 편씩 읊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계획을 세워 본다.
몇 편의 명시들과 패러디 시들을 통해 잠시 마음과 머리를 식히고 새롭게 오늘을 출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리라 확신합니다.